모로미의 딸
이서 지음 / 반타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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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제목과 표지의 분위기만 보고 일본 소설인 줄 알았었는데, 소개글을 보고 우리나라 소설이라 깜짝 놀랐다. 소설의 내용이 일본과 관련이 아예 없는게 아니라 더 그렇게 느껴진 게 아닐까 싶다. 주인공이 친일파의 후손이다. 갑작스럽게 기괴한 모습으로 자살을 한 어머니가 유서 깊은 간장 가문의 당주가 될 예정이었던 일본인이라는 것과 일본으로 유학을 왔던 유학생, 그러니까 아버지와 사랑의 도피를 했고, 한국에서 결혼을 해 살림을 차린 두 사람 사이에서 주인공이 태어난 거란 사실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후에 알게 된다. 정말 난데없이 밝혀진 집안의 내력에 깊이 생각해 볼 시간도 없이 빚에 쫓겨 유산을 받기 위해 일본으로 향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오랜 전통, 장인 정신. 이 말에 포함되어 있는 무게감은 절로 존경을 표하게 한다. 하지만 그 전통이 수많은 사람들을 짓밟고 얻은 것이라면?! 그것도 일제 강점기 시대에 한국에서 시작해 일본으로 옮겨간 거라면?! 이 모든 사실에도 불구하고 당장 1억이라는 빚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50억에 달하는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다면 어쩌겠는가. 유산을 상속받지 않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이가 있을까?! 내가 주인공 은재였어도 일본으로 갔을거다. 당장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 할 수 있는 선택지는 없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만약 그 선택이 오랜 저주까지 상속받아야 하는 일이었다면 얘기는 또 달라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가문을 빠져나온 엄마의 선택을 이해했을 땐 이미 늦은 후였으니까.



씨간장처럼 새카맣고 질척이는 저주. 치뤄야만 하는 대가가 있음에도 선택한 길은 피로 이어졌다. 은재처럼 아무것도 몰랐던 후손들에게조차 이어지는 저주의 굴레를 끊어버리려면 대를 완전히 끊어야만 가능하지 않을까. 은재의 엄마처럼 멀리 떠나왔음에도 벗어나지 못한 저주라면 말이다. 윗세대의 잘못을 아랫세대가 갚아야 하는 방식. 억울하고 억울하지만 벗어날 수 없는 굴레에 빠져버린 은재의 선택은 어쨌든 삶이었다. 아무리 경황이 없더라도 갑작스럽게 큰 유산을 상속받게 되는 일이 생긴다면, 의심부터 했어야 했음을.. 은재는 너무 늦게 깨달았다. 술술 잘 읽히는 이야기였다. 어두운 호러 분위기가 꽤 괜찮았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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