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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임시 보관 중
가키야 미우 지음, 김윤경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5월
평점 :

역시 믿고 보는 카키아 미우의 소설!! 이번 이야기도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놓을 수 없고, 순식간에 빠져서 마지막 장까지 읽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그 전의 작품들처럼 생각거리를 안겨준 작품이기도 하다. 만약 중학생으로 다시 한번 인생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어떤 삶을 살겠는가. 책을 읽는 내내 이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럴수만 있다면, 다시 한번 수많은 기회가 눈앞에 주어진 게 아닌가. 과연 나는 그 기회들 중 하나를 잡을 수 있을까? 내 선택지는 어떻게 달라질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은 계속 이어졌다. 그러다 불현듯 현실로 돌아와 버린 이야기를 보면서 나도 함께 현실로 소환 되었다.

한 야구선수의 인생 설계도를 보고 조용히 분노를 삭이던 기타조노 마사미. 야구선수 본인의 인생은 탄탄대로로 비춰질지 몰라도 그의 아내는 그의 인생의 주조연 혹은 조연일 뿐이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남편을 위해 기꺼이 헌신적인 아내가 된 그녀는 무언가 되고 싶고 하고 싶었던 것은 없었을까?! 분명 결혼 전의 그녀의 인생 설계가 남편의 조연 역할은 아니었을테니 말이다. 남편의 말, 행동으로 상처 받는 일이 너무나 많았던 마사미는 단 한 번뿐인 인생, 만약 다시 살 수 있다면 결혼도 아이도 없는 내 인생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말았다. 63세였던 그녀는 갑작스럽게 중2로 타임슬립을 한다.
그런데 타임슬립을 한건 그녀만이 아니었다. 그녀가 중학생 시절 내내 짝사랑을 했던 '아마가세 료이치'도 그녀가 타임슬립을 한지 세달 뒤에 타임슬립을 했던 것! 학교를 졸업 후,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던 두 사람이 타임슬립으로 인연을 이어가게 되었다. 시간을 거슬러온 사람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는 듯 했던 두 사람이었다. 그렇게 적응을 하며 전과 다른 삶을 살아보는 두 사람. 특히 마사미는 남존여비사상이 짙었던 시대에서 남녀평등을 위해 최대한 발버둥을 처본다. 그녀의 노력은 그 시대에 조금도 영향을 미치지 못했던 것 같지만, 그녀 집안의 분위기와 오빠의 진로 방향을 바꿔놓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녀 자신은 견고한 벽 앞에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었다. 만약 내가 다시 돌아갔다면 나는 마사미처럼 열심히 삶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을까?! 바뀌었다면 얼마나 어떻게 바꾸어 놓았을지 상상을 해봤지만 결말은 계속 바뀌었다. 워낙 해보고 싶은게 많았으니 말이다. '역시'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 작품! 다음은 또 어떤 주제의 이야기로 찾아올지 너무나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