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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층거주자 - 반지하로부터의 수기
절자 지음 / 세종마루 / 2026년 3월
평점 :

기막힌 시각의 이야기를 만났다. 뜻밖의 동거자들로 인해 생각지 못한 혼자가 아닌 세상. 혐오의 대상으로만 여겼던 '지층거주자'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은 신선하기도 했지만, 힘든 삶의 단면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어서 무겁기도 했다. 그리고 나 역시 어린 시절, 지층거주자들을 자주 만났던 환경에 있기도 했던터라 공감 아닌 공감을 하며 읽을 수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난 지층거주자로서 그들을 인정하지만, 동거자로는 인정할 수가 없다. 처치해야만 하는, 싸워야만 하는 적이라면 몰라도 말이다.

반지하에 거주를 하면 필연적으로 지충거주자를 만날 수밖에 없다. 서류상으로 등록될 수 없는 이 거주자들은 아무때나 불쑥 집을 점거하고 놀래키기 일쑤다. 빠르기는 또 어찌나 빠른지. 내쫓으려 하기 전에 사라지기도 하고, 순식간에 잡혀 물과 함께 지하 배관을 따라 배출되기도 한다. 누구든 이들과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기 싫어도 강제로 붙어 지내야 하는 상황이 좋을리 없다. 그래도 그들의 존재가 가끔은 세상에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것 같다. 그들 때문에라도 어떻게든 움직이긴 하니 말이다.
아이들에게 그렇게 생명존중에 대해 강조를 하고 가르치려 하면서, 정작 지층거주자들의 생사유무에 관해서는 무조건 사(死)를 고집하게 되는게 어떤면에선 또 아이러니 하다. 세상 누구든 공평하게 단 하나뿐인 생(生)을 부여받았으니 지층거주자들도 생명을 존중 받아야 마땅한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입장에서 반대로 놓고 보면 그들에게 우리 인간은 오만하게 자신들의 생사를 결정짓는 못된 악당에 불과할 수도 있을 거다. 뭐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아무리 해도 지층거주자들의 존재는 반갑지 않고, 내가 생을 다할 때까지 꾸준하게 살생을 하게 만들 존재임은 틀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