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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과 할아버지의 요정 도감
노부미 지음, 장하린 옮김 / 이아소 / 2026년 1월
평점 :


이 동화책을 읽으면서 영혼이 맑은 아기와 개의 눈에는 일반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인다는 얘기가 떠올랐어요. 어쩌면 아기 때에는 기억은 못하겠지만 누구나 요정을 만났을 수도 있었겠다 싶었지요. 저도 아주 어렸을 땐 요정을 믿었던 시기가 있었어요. 요정이 궁금하고 산타 할아버지가 보고 싶고 선녀를 만나고 싶었던 때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인지 순수함을 완전히 잃어버렸네요. 세상에 찌들어버린 지금, 요정과 같은 존재가 허구라는 것을 알아버렸으니까요. 그럼에도 동화책을 읽는 내내 마음 한 켠에 정말 이런 존재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하지만 저는 아무래도 요정 볼 운명이 아닌 것 같아요. '요정 보는 법'에 따르면 정성으로 꽃을 키워야 하는데, 전 식물 키우는건 정말 소질이 없거든요.

손녀는 엄마가 요정의 존재를 믿지 않아 속이 상합니다. 그래서 할아버지에게 정말 요정이 없느냐고 묻지요. 할아버지는 그런 손녀에게 30여년간 만나온 요정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줍니다. 다양한 요정들의 이야기는 손녀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마구 자극했지요. 그런 손녀에게 할아버지는 제비꽃 요정 비비를 만난 이야기를 해줘요. 그런데.. 갑자기 딸이 나타나 아이에게 이상한 이야기를 해주지 말라고 버럭 화를 냅니다.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정말이었는데 말예요. 물론 믿거나 말거나지만요. 그런 딸에게 할아버지는 어렸을 때 만난 요정이 생각나지 않느냐고 물었고, 딸은 당연히 기억하지 못합니다.
순수함을 잃어버린 딸, 오래도록 순수함을 지켜오고 있던 할아버지.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을 꼭 닮은 듯한 손녀. 할아버지는 모녀에게 요정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아이의 동심을 지켜주는 일은 생각보다 힘든 일 같아요. 저만 혼자 지켜서 되는 일이 아니니까요. 우리 아이들은 모두 요정을 만날 수 있을만큼의 순수함을 지켜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언젠가 요정을 봤다며 신나서 이야기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