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서울에서는 무슨 일이
정명섭 외 지음 / 한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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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은 서울이다. 부모님의 고향 역시 서울로, 나는 서울 토박이다. 그래서 내게 이 소설 속 배경이 되는 장소들인 개봉동, 연희동, 신촌, 혜화가 꽤나 익숙하다. 개봉동은 오래전 아빠가 일을 하던 곳이라 엄마를 따라 동생과 자주 갔던 곳으로 그곳에 갈 때마다 방문했던 돈까스가 떠오르는 추억의 장소다. 연희동은 직접 가볼일은 없으나 꽤나 익숙할 수밖에 없는 지명이고, 신촌과 헤화는 한때 자주 방문해 놀았던 내 청춘의 시절이 있는 장소다. 익숙한 장소들에 대한 이야기들이서일까. 참 묘한 여운이 남는다.

첫번째 이야기 '사라진 소년'은 '실미도' 부대원들이 총살을 당한 역사적 비극을 담아내면서도, 지금도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는 '개구리 소년'을 생각나게 한다. 40년전 개웅산으로 총살당한 실미도 부대원이 무덤을 보러 갔던 네 명의 소년 중 한명이 실종되었고, 40년 후 실종된 소년으로부터 협박 편지가 도착한다. 사건의 범인을 찾고나니 참 허탈했다. 돈 때문에 오랫동안 괴로워했던 비극을 끄집어낸 그 못난 심리. 참 씁쓸했다.

두번째 이야기 '선량은 왜?'는 이야기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였다. 그저 동네가 좋아서, 집이 좋아서 자식같은 반려견과 이사를 왔을 뿐인데, 뜻밖의 재개발 붐으로 인해 집을 팔라는 자들로 시끄러워지고 온통 이사가는 사람들로 어수선해지더니 급기야 시작된 공사로 편할 날이 없다. 모든걸 부수고 새로 짓고 값을 올리려 아우성인 사람들 틈에서 홀로 고군분투 하던 그녀가 비극을 맞이한건 대체 누구 탓일까.

이야기를 읽고난 후 작가의 인터뷰를 읽으니 이야기에 더 공감이 가고 이해가 되면서 다시 한번 떠올려 보게 된다. 언제나 화려하고 시끌벅적한 서울이지만, 그 이면에도 어둠이 깔려있음을 말해주는 이야기들이다. 그리고 어쩐지 이야기들 속 주인공들이 지금도 서울 곳곳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을 것만 같다. 단편소설이라 한편씩 짧게 끊어 읽기 좋았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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