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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성의 마법사
루이스 새커 지음, 김영선 옮김 / 창비 / 2025년 11월
평점 :
-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연금술이 한창 유행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연금술사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마법사 그 이상이었을 거였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안다. 연금술이 과학과 연결되어 있음을 말이다. 그러니 당시 연금술사들이 과학자 혹은 연구원이나 학자에 근접한 인물들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그런데 오백년이나 삶을 살아온 연금술사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는 걸까. 정말 마법이 존재했던건 아니었을까? 그렇다기엔 또 다른 사람들에겐 적용되지 않았던 마법 같아서 애매하긴 하지만. 어쨌든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인 아나톨, 그에게 특별한 재능이 있었던건 틀림없지 않았나 싶다.
이야기는 호랑이성을 관광하고 중세의 모습을 잘 보존한 마을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아나톨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500년 전, 자신이 알고 있는 르네상스 시대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하듯 관찰하며 관광을 한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인정받는 에스콰베타 왕국의 궁정 마법사였지만, 점차 위상이 떨어져가던 때였다. 왕국에는 툴리아라는 공주가 있었고, 나라의 재정 상태로 인해 옥사타니아 왕국의 달림플 왕자와 정략결혼을 약속했다. 하지만, 결혼식을 6주 앞두고 견습 필경사 피토와 사랑에 빠진 공주가 파혼을 선언하면서 문제가 시작된다. 왕과 왕비는 아나톨에게 공주가 문제없이 결혼을 할 수 있는 약을 만들라는 지시를 내렸고, 아나톨은 약을 제작하면서도 자신의 딸과 다름없이 아끼던 툴리아의 인생이 걸린 일이라 많은 고민에 휩싸인다.
결국 툴리아의 사랑에 손을 들어주게 되는 아나톨. 우여곡절 끝에 가까스로 툴리아, 피토와 도망친 아나톨의 모험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모험의 끝은.. 아나톨이 붙잡히면서 끝이 난다. 그렇게 100여년을 지하 감옥에 갇혀 있어야 했던 아나톨. 그런 이유로 툴리아와 피토의 결말은 알 수 없게 되었다. 이야기는 오로지 아나톨의 기억에 의존하고 있었으니, 나머지는 우리 독자들의 상상으로 채울 수밖에. 하지만 그래서 더 이야기가 풍성하게 느껴지는 걸지도 모른다. 각자의 상상이 더해져야 완성되는 이야기니 말이다. 청소년 문학이라고 되어 있지만, 어른들이 읽기에도 괜찮은 소설이다.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툴리아와 피토의 후손들에 대한 상상 그리고 여전히 모험을 이어가고 있을 것 같은 아나톨을 만나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