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엔딩 라이프
정하린 지음 / 한끼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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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끝내고 싶을 정도로 극한으로 몰린 사람들의 자살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리는 요즘이다.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자살률이 높은 나라인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빠른 경제 성장 때문일까, 아니면 우리나라 특유의 지나치게 높은 기준 때문일까. 무엇이든 문제가 있는건 확실하지만, 그걸 바로잡는 일 또한 쉽지 않은 일임이 분명하다. 몇년째 자살율 1위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걸 보면 말이다. 그렇게 자살을 결심하고 실행한 사람들이 다시 삶을 되돌려 받는다면, 여전히 삶이 이어지고 있다면..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몇번을 다시 자살을 해도 자살한 흔적조차 사라진채 삶은 그대로라면..?! 그들 중 다시 살아갈 의지를 되살릴 수 있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끝까지 죽음을 희망하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묵직한 답답함이 속을 가득 채우는 기분이다.



기가 막히게도 죽지 못해 사는 여자가 여기 있다. 이름은 송서은. 20대를 앞두고 10대의 마지막 시기에 자살을 시도했으나 때마침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느라 과로사 할 것 같다는 원로 신의 근무태만으로 인해 자살자들 중 소수의 인원들이 다시 세상에 되돌려지는 일이 발생했고, 서은은 그렇게 돌아온 사람들 중 한명이 되고 말았다. 여러차례 다시 시도를 해도 세상에 되돌려졌으니 서은의 입장에서 기막히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저승사자를 향해 제발 자신을 데리고 가달라고 할만큼 그녀에게 삶은 지옥과 다름없었으니까. 서은이 태어나고 돌아가신 엄마, 서은을 따뜻하게 보듬으며 열심히 사셨지만 너무 빠르게 엄마 곁으로 가버린 아빠. 거기에 남겨진 빚더미와 부모의 부재와 가난으로 겪어야 했던 학폭과 차별. 누가봐도 너무 가혹한 삶이기는 했다.

살다보면 희망은 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더 낫다.. 이런 말조차 조심스러울 만큼 서은이의 삶은 불행의 연속이었다. 대체 어쩌자고 이 모든 일이 한 사람에게 닥쳤나 싶을만큼, 서은이에겐 희망조차 사치인가 싶을 정도였다랄까. 때문에 서은이가 삶을 놓아버리려 했던게 이해가 갈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를 이해 했다는 자체가 묵직한 돌을 가슴에 얹은 기분이었다. 그랬기에 서은이가 사람들과 부딪히고 살아가면서 조금씩 살아갈 이유를 느끼는 것이 고맙고 대견했다. '저승사자'의 포지션은 조금 독특했다. 저승사자이기에 그녀를 저승의 길로 안내해야 했지만, 도리어 그녀를 돌봐주고 지켜봐주는 존재가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어떤 면에서 그는 서은이의 삶의 이유가 된게 아니었을까..?

묵직한 울림을 주는 것 같으면서도 너무 무겁게 읽히지 않았던 이야기다. '죽음'이 누구에게나 공평하듯, 누구나 불행보다 기회와 행복을 자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서은이처럼 연속된 불행에 좌절하고 있을 이들에게는 꼭 손을 내밀어 주는 이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들에게 희망이 있음을 알려주고 보여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은근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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