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도시
토르벤 쿨만 지음, 이원경 옮김 / 가람어린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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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나 청년들의 지치지 않는 열정을 마주하면, 나는 꼭 멈춰있는 사람 같을 때가 있습니다. 힘껏 부딪히고, 깨지지만 다시 일어나서 달리는 아이들과 청년들에게서 빛이 나는 이유는 잘못된걸 바로잡으려 몇 번이고 다시 시도해 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문득 했습니다. 저도 한때 그랬던 것 같은데, 지금에 와선 그런 열정과 용기가 어디로 숨어버린건지 찾을 수가 없어요. 어느 순간부터는 변화를 꺼리고 그저 그 자리에서 멤돌다 멈춰 서 버렸어요. 아마 회색도시의 주민들이 딱 지금이 저와 같은게 아닐까 싶어요. 딱히 잘못된 것도 없고, 그렇다고 생활에 큰 불편함이 없으니 그저 그 자리에 머물 뿐인거지요. 어쩌면 그저 무기력하게 혹은 습관처럼, 그저 묵묵히 하루를 보내고 있는 걸지도 몰라요. 이런 도시에 노란 우비 소녀가 등장하게 됩니다.



아빠와 이사를 오게 된 로빈은 창밖을 보면서 도무지 믿을 수 없어 했어요. 바라본 세상이 온통 회색빛이었거든요. 아빠와 나선 동네 산책에서도 다른 색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았어요. 도대체 너무나 이상한 이 도시, 무엇이 문제인 걸까요. 로빈은 다른 색을 찾고 싶었어요. 그래서 노란 우비를 입고 학교에 갑니다. 이 행동은 학급 아니 학교 전체에 파장을 불러왔지만, 로빈과 같은 생각을 가진 친구 앨러니를 만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어느날, 무지개를 쫓다가 도착한 도서관에서 색과 관련된 책을 발견합니다. 그 책을 빌려서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양복을 입은 남자가 회색을 강요하며 사라집니다. 그 남자가 손에 쥐어준 명함. 그 명함의 로고는 자신이 빌려온 책에서 본 모양과 닮아있었고, 회색에는 감춰져 있을 뿐 수많은 색이 있음을 알아냅니다. 이에 로빈과 앨러니는 본격적으로 회색산업을 파헤쳐 색을 되찾는 모험을 하기로 하지요.



로빈의 모험은 무사히 끝났을까요?! 회색 도시는 색을 되찾았을까요?! 온통 같은 생각을 가진 무리 속에 다른 생각을 가진 한 사람이 나타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과정을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세대가 열정을 가진 세대와 부딪히는 이야기 같기도 합니다. 또, 제자리에 멈춰버린 이들에게 다시 앞으로 나아가라며 용기를 전해주는 것 같기도 하고, 절망만 가득한 곳에서도 희망이 있다고 얘기해 주는 것 같습니다. 읽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것 같아요. 때문에 아이부터 어른까지 아우르는 그림 동화책인 듯 해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이 책, 누구든 읽어보면 좋은 동화책입니다. 여럿이 읽어보고 생각을 나눠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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