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남긴 365일
유이하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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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소꿉친구의 죽음을 겪은 다음날, 1년 후 죽을거라는 사실을 알게된다면.. 나라면 어떤 1년을 보낼까. 설정만 놓고보면 한없이 우울하거나 한없이 절망하거나 슬픔에 잠식 당해야만 할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365일. 행복해지기 위해 알차게 꽉 채운 1년의 시간을 담아놓았다. 그래서 더 애틋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다가온건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 이 세 가지 세포 색을 섞어서 여러 가지 색을 인식합니다. 본래 무채병은 원뿔세포가 조금씩 사멸하다 끝에 가서는 온 세상이 회색빛으로 보이면서 죽음을 맞이합니다. 맨 처음에 사라지는 색은 예외에 해당하지만, 기본적으로 진한 색부터 차례차례 안 보이게 되지요. 유고의 경우는 전례가 없다 보니 앞으로 어떤 증상이 나타날지 저로서는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색깔이 보이게 될지, 혹은 지금 보이는 색이 사라지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지 판단을 내릴 수가 없어요. - P. 30-31

치료법은 없다. 발병 후 1년이라는 유예 기간이 주어질 뿐. 고요한 죽음은 환자 본인만 들을 수 있는 발소리를 울리며 가까이 다가온다. 이 병에 걸리면 반드시 죽는다는 건 어린아이도 다 아는 사실이다. - P. 31


유고는 태어났을 때부터 색을 구분하지 못했다. 하지만 두 살 많은 소꿉친구 가에데는 그런 유고의 상태를 알면서도 색에 대한 설명을 끊임없이 해주었다. 물론 색을 본 적이 없어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유고였지만. 아마 가에데는 유고에게 세상을 설명해주며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노력했던게 아니었을까. 그도 그럴것이 유고의 특별한 눈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어내기도 했지만,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하게 만들기도 했기 때문이다. 눈 때문에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상처를 받아야 했던 유고였기에 친구 사귀기를 포기했고, 그런 유고를 가에데는 가만히 두지 않았던 거였다. 그렇게 유고를 걱정했던 가에데가 갑작스럽게 찾아온 병으로 세상을 떠나버렸다. 그리고 그 다음날, 처음으로 색을 인지했던 그날.. 유고의 병이 발병한다.

기가 막히지만 생각보다 덤덤하게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듯 했던 유고는 생전에 가에데가 작성했다는 '건강해지면 하고 싶은 일 리스트' 365개가 적힌 노트를 전달받게 되고, 딱히 하고 싶었던 것도 목표도 없었던 유고는 가에데의 장난 같은 리스트를 해보기로 마음 먹는다. 그리고 그 리스트를 하나씩 지워 나가면서 조금씩 삶의 기쁨을 알아가게 된다.

요 몇일 읽는 책마다 눈물을 쏟게 만든다. 꾹꾹 잘 참았지만 결국 마지막엔 그저 눈물을 쏟을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다. 삶의 행복을 알아버린 순간, 온 세상의 색을 다 알아버린 순간.. 세상과 작별해야 하는 유고의 1년이 너무나 대견하면서도 슬펐다. 시한부의 삶, 희망이 없는 병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야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고 예정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우정, 사랑, 행복.. 이 모든 것이 버무려진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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