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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미지
가디언슈룹 지음 / 부크크(bookk) / 2025년 4월
평점 :

이 소설의 소개글을 보고 궁금한 마음에 읽어보게 되었다. 탈장르 신개념 K-소설. 이 문장이 주는 의미는 대체 무엇인지, 제목의 '2미지'는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싶었다. 그런데 도착한 책을 받고 조금 당황했었다. 기존 책과 다른 느낌의 인쇄방식. 뭐랄까.. 인터넷에 올려진 글을 그대로 출력한 느낌이랄까?! 글자체도 그렇고, 페이지마다 빽빽한 느낌이 들었다. 읽다보면 익숙해 지기도 하고 생각보다 불편하진 않았지만, 뭔가 정리가 덜 된 느낌의.. 그러니까 정식 출간 전 교정을 보기 위해 임시로 만든 책의 느낌이 들었다. 아쉽다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분리수거장에서 발견된 손목.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버린 인물은 25세의 외모가 뛰어난 일반 여성. 그리고 손목의 부검 검사 도중 갑작스러운 승화 추정 발생으로 인한 증거품 소실. 여기까지는 굉장히 흥미로운 소재가 분명했다. 그런데 권용일 프로파일러(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그분의 이름을 본딴 것으로 추정)가 등장하고 그의 분석이 자연스럽게 UFO, 외계인까지 이어지니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물론 프로파일러의 직업 특성상 모든 것을 염두에 두고 프로파일링을 해야겠지만, 그렇다해도 지극히 현실에 맞춰야 하는게 아닌가. 그런 프로파일러의 입에서 외계인의 가설까지 등장하는데 현장 형사들마저 수긍하는 듯한 태도이니 '이렇게 흘러가는게 맞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게다가 용의자로 지목된, 손목을 아무렇지 않게 분리수거로 버린 여성 서아의 진술은 '외계인 납치설'에 가깝다보니 얘기가 대체 어떻게 흘러가려는지 계속 당황한채 읽게 되었다.

이야기는 생각보다 가독성이 좋아서 빠르게 읽어나갔다. '차원 이동'이 등장하고 '인간이지만 인간의 형태를 가진, 그러니까 인간에 가까운 외계인'이라는 설정을 가진 앨리스가 등장했다. 앨리스에 의해 서아가 경험하게 된 '꿈' 속 이야기를 보아하니 아마도 '마블 영화'를 통해 알게 된 '평행 우주' 혹은 '다중 우주'를 의미하는 듯 싶다. 아르카디아인. 굉장히 진화된 문명의 인류. 그들의 삶. 대체 앨리스는 왜 서아를 선택해 그녀의 꿈 속에 나타나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보여주는 걸까. 이해할 수 없는 서아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중단되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현실에서는 서아를 중심으로 여러가지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

서아의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그녀의 외모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독특한 그녀의 사건은 찬반의 형태로 나뉘어 인터넷 상에서 편을 가르고 다툼이 나기도 했다. 서아의 팬들이 결성되고, 서아의 옛 인연이자 친구였던 인물도 등장한다. 그리고 중심 사건으로 떠오르는 주식 매매 사건. 서아는 주변인들에게 돈을 빌려 주식을 하기 시작했고, 그녀의 뜻밖의 행보는 그녀의 주변 인물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야기는 지루한 부분없이 끝까지 잘 읽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제목의 '2미지'란 평행우주를 의미하는 건가?! 아니면 현재의 서아, 그리고 그녀가 기억하고 떠올려야 하는 존재. 이것을 가리켜 '2미지'라고 한 걸까. 어쩌만 둘 다일 수도..
그런데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었는지 이 부분을 파악하지 못했다. 소설은 잘 읽혔으나 의외로 그 의미를 이해하기가 어려웠달까. 앨리스가 서아에게 건넨 것이 왜 손목이어야 했을까. 그냥 평범한 물건이면 안됐던건가?! 손목이 아니었다면 세상의 주목을 받지 않아도 됐을텐데 말이다. 그리고 주식. 서아는 굳이 왜 주식을 해야 했던 걸까. 그냥 '돈' 때문이었을까?! 다 읽고난 후, 이런저런 작은 의물들이 해소되지 못한채 머릿 속을 떠다녔다. 그래도 신선했던 소설이다. 첫 시작도 괜찮았고. 조금 다르게 풀어나갔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장의 '작가의 메세지'는 첫 눈에 당황 그 자체였다. 그런데 자세히 보는 어찌어찌 조금 읽을 수 있었다. 완전히 다는 해석하지 못했지만. 이런 외계어를 읽어낼 수 있다는게 너무 신기했다. 암튼, 새로운 시도를 한 듯 보이는 소설이었다.
[이 서평은 서평가 지스(@jisikinn.book)의 '지식인 독서단'을 통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