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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워
폴라 호킨스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8월
평점 :
-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2011년 중국의 아나운서가 8개월 임신 상태로 실종이 되었고, 이후 인체의 신비전에 인체 표본으로 나타났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 책 때문에 갑자기 생각난 사건이라 이제는 그녀인가 아닌가에 대한 결말이 밝혀졌는지 궁금했는데,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는 듯하다. 중국은 너무 기상천외한 일들이 벌어지는 곳이다보니 왜인지 정말 그녀가 맞을 것 같다는 의심에 더 무게가 기울어 지는건 그저 내게 있는 중국의 이미지 때문일까?! 이 사건 외에도 소설, 영화 속에서 실제로 살인마가 사람의 뼈나 신체 부분으로 자기만의 예술품을 만들어 전시하는 식의 이야기가 여럿 있었다. 그 작품들 대부분 굉장히 잔혹하고 소름끼치는 공포감과 분노, 그리고 혐오감을 함께 선사해 주곤 했었는데, 그럼에도 읽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그래서 소개글을 읽다가 이 책도 다른 책들과 비슷한 매력이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궁금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수백만 파운드 상당의 유산을 페이번 재단에 기증을 하고 암으로 사망한 은둔 화가 버네사 채프먼. 페이번 재단에 기증된 그녀의 예술 작품 중 '분할 II'에 사용된 뼈가 사슴뼈가 아닌 인간의 유골이라고 주장하는 법의인류학자가 나타난다. 이에 버네사 채프먼 전문가 베커가 대표로 에리스 섬(버네사 채프먼이 생전에 작업을 하던 섬)으로 가서 이 사건에 대해 조사를 해보게 된다. 가장 먼저 만나볼 사람은 그레이스 해스웰. 채프먼의 유언집행자이자 채프먼의 친구이기도 했으며 거의 20년 동안 함께 지낸 동반자이자 말년엔 간병인이기도 했던 여성이다. 연인이었을 거라는 소문도 있었을만큼 가까웠던 그녀에게서 베커는 채프먼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알아내려 한다.

이야기는 버네사의 일기와 함께 여러 사람들의 시점, 그리고 회상씬을 통해 조금씩 긴장감을 높이고, 교묘하게 뒤섞인 듯한 진실과 거짓 속에 독자 스스로 추리를 하게 만듬으로써 치밀하게 짜여진 심리 스릴러에 젖어들게 만든다. 다만, 사건에 대한 진행이 느리다보니 이런 부분에서 좀 힘들 수는 있어 보인다. 내가 그랬으니까. 속도감 있는 이야기들을 훨씬 좋아하는 편이다보니, 진행이 느린 이야기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곤 한다. 이 책이 그랬다. 재미가 없는게 아니라 속도감이 현저히 떨어지다보니 읽는 시간이 제법 소요되었다. 그럼에도 역시나 이 책 역시 계속 읽게하는 매력이 분명 있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그녀가 친 덫에 걸려들었으나 빠져나오지 않고 스스로 그 덫을 받아들인 느낌이랄까.

다만, 마지막 결말은 도무지 내 스타일이 아니다. 권선징악, 해피한 결말, 사이다 같은 결말. 아무리 현실과 동떨어지더라도 이런 결말을 더 선호하는터라 마지막 결말에 뭔가 가슴이 꽉 막힌 듯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마지막 장을 읽고난 후,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아니 예술을 어디부터 어디까지 인정하고 봐야 하는가. 인간관계가 가지는 복잡함은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하는가." 뜻하지 않게 이런 부분에 생각을 해보게 만들었다. 겉으로 보이는게 다가 아님을 강조한 것만 같다. 고립된 섬이 가진 고립감이 최대한 이용된 듯한 이야기. 읽어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