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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체를 찾아주세요
호시즈키 와타루 지음, 최수영 옮김 / 반타 / 2025년 7월
평점 :

미스터리 작가가 자살을 암시하며 남긴 마지막 메세지가 '내 시체를 찾아주세요.'라니. 이거야말로 진짜 미스터리가 아닌가. 하지만, 의심스럽다. 미스터리 작가인만큼 새 작품을 소개하는 걸수도 있는게 아닌가. 하지만 작가가 죽음을 암시한 이후에도 계속 업데이트 되는 블로그의 글은 아주 작정한 것처럼 감춰졌던 이야기들이 폭로되었고, 이로 인해 큰 소란이 벌어진다. 작가는 진짜 죽었을까, 아니면 죽음을 각오하고 이런 폭로를 이어가는 걸까. 어느 쪽이든 그녀 스스로 밝힌 시어머니와의 일화에선 비난을 피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비록 그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괴롭히는 전형적인 시어머니였을지라도 말이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당황스러웠다. 시어머니와의 일화가 업데이트된 이후 블로그에는 새로운 작품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그 이야기는 14년 전에 일어난 5명의 여고생 집단 자살 사건을 다루고 있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이 밝혀진다. 그 집단 자살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가 작가 본인이었던 것. 작가는 왜 이 시점에 굳이 그 사건을 토대로 한 소설을 집필한 걸까. 별다른 해결방법을 찾을 수 없었던 작가의 담당 출판사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이야기가 결말로 다가가면서 작가가 왜 이 이야기를 세상에 드러냈는지가 밝혀졌고, 죽은 여고생들이 간직하고 있던 감춰졌던 사연들이 알려지면서 세상은 또 한번 시끄러워진다.

아이들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그런데 이 사실은 자꾸 잊혀지는 것 같다. 살해 당할뻔하고, 꿈을 강요당하고, 부모가 해야할 일을 아이가 대신하고, 미래마저 저당 잡힌채 성적인 학대까지 받은 여고생들의 고통은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다. 아이들을 보호하고 버팀목이 되어주어야 할 부모가, 가장 가까운 어른이 그지경이었으니 아이들도 믿을 수 있는 어른을 찾기 어려웠을 거였다. 누구에게도 도와달라 말하지 못한채 사라져간 어린 생명들. 안타깝고 슬펐다. 그러다 문득, '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사연들이 세상에 알려졌다 하더라도 과연 달라지는게 있기는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짝 관심을 받았을 수는 있어도 아마 금새 또 잊혀지지 않았을까. 이러나 저러나 참 씁쓸한 일이다.

작가가 남편 마사타카와 결혼을 하게 된 이유, 그리고 부부의 관계. 이 부분이 가장 황당했다. 사랑이라고는 조금도 없이 선택한 결혼. 남편과 시모에게 빨대를 꽂힌채 집안일까지 도맡고, 남편의 바람을 여러번 겪으면서도 굳이 결혼을 유지한 이유가.. 나로선 참 충격이었다. 그야말로 인생을 건게 아닌가. 작가에겐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 판단한 거였겠으나, 나로선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내가 작가였다면, 난 정반대의 인생을 선택했을 테니까. 결말에 이르러선, 진짜 경악스럽고 또 황당하면서도 소름이 끼쳤다. 왜 스스로를 이렇게까지 내던진단 말인가. 이야기 자체는 가독성이 좋아 술술 읽혔지만, 주인공 캐릭터에는 좀처럼 공감하기 힘들었던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