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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살인
카라 헌터 지음, 장선하 옮김 / 청미래 / 2025년 6월
평점 :

가이 하워드는 10살이 되던 해, 새아버지 루크 라이더(당시 26세)의 죽음을 겪었다. 범행이 일어난 그 시각, 10살이었던 그와 새아버지 말고는 집에 아무도 없었다. 당시 2층에서 잠들어 있던 어린 그가 기억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었고, 범인은 20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감독이 된 가이는 오랫동안 가슴에 묻어 두고 고통 받아왔던 새아버지의 사건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범인을 찾아보기로 한다. 분명 소설임을 알고 읽기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예사롭지가 않다. 너무나 사실적인 출연진들의 이력서, 신문 기사, 생방송처럼 느껴지는 대화 방식 등 일반적인 소설 형식을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다. 읽다보면 마치 내가 그 인터뷰 현장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때문에 꽤 많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할 틈 없이 빠져들어 읽어 나갔다.

유족들과의 인터뷰, 여러 분야의 출연진들 그리고 예전에는 공개되지 않았던 자료들까지 모이니 20년 전보다 실마리가 잡히는 듯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갈수록 사건은 이상하게 흘러간다. 서로 속고 속이는 교묘한 두뇌 싸움과 가려져 있던 뜻밖의 사실들이 밝혀지면서 20년 전의 사건은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대체 누가 왜 무엇을 감추고 있는 걸까? 사건의 진실이 알려지길 바라지 않는 이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이야기가 흘러갈수록, 진실에 다가갈수록 충격적이었다. 가려져 있던 진실이 이런거였다니.. 감출 수밖에 없었던 진실이 세상에 드러난 순간 기뻐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때때로 진실은 괴로움과 고통을 동반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외면할 수 없는 것도 진실이다. 언제나 답을 찾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때때로 인내와 침묵이 답일 수도 있음을 뒤늦게 깨닫고는 한다. 바로 가이처럼 말이다. 책 속 자료들을 보면 이 책이 소설인지 실화인지 구분이 안된다. 소설이 아닌 실화인가 의심을 하며 읽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구성된 이야기는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충분히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져도 매력있을 좋을 작품이다. 처음 만나는 작가의 작품이었는데, 너무 좋아서 다른 작품들도 찾아보고 앞으로 나올 출간작들도 눈여겨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