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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운다는 것 - 비우고 나면 열리는 새로운 문 ㅣ 파스텔 그림책 10
다다 아야노 지음, 고향옥 옮김 / 파스텔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예술에는 여백의 미가 있고, 삶에는 비움의 미학이 있습니다. 계속 무언가를 꽉꽉 채우기보다 때때로 채워져 있는 것을 덜어내고 비워내야 하죠. 그리고 채워지는 것에는 정해진게 없어야 합니다.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보면 쓰임새는 다양해지기 마련이니까요. 좁은 시야에 머물지 말고, 넓은 시야를 가지려 노력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채운다는 것'.. 어떤 의미일까요?! 생각하기에 따라, 사람에 따라, 의미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답변은 달라지겠지요. 한번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각자 채운다는 것에 대해 말예요.

찻잔은 참 우아한 생활을 해왔습니다. 찻잔 입장에선 태어나서 사고가 나기 전까지 했던 생활이 기준이고 모든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뜻밖의 사고로 어딘지 모를 장소에 떨어졌으니 얼마나 무섭고 두려울까요. 그런 와중에 자신에게 '차'가 아닌 다른 것들이 채워졌다 비워지는 것에 화가 나고 슬프고 속상해 합니다. 자신에게 채워져야 하는건 차였으니까요. 그렇게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런 생활이 이어지던 중 찻잔의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합니다.
동화책을 읽고 내게 채워진다는게 무엇인지 한참 생각을 했습니다. 무엇이 채워졌을 때 행복한지, 웃을 수 있는지, 즐거운지를 먼저 생각해 봤는데, 생각과 질문만 많아지더라고요. 그러다 문득 단순하게 생각하지 못하는 내 자신을 보고, 내 머릿속부터 비워내고 덜어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니까 지금의 내게 채운다는 것은 '비운다'와 같은 의미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 그림동화책, 이 동화책은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먼저, 더 많이 보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