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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간주나무
김해솔 지음 / 북다 / 2025년 6월
평점 :


책의 제목을 보고는 몰랐다가 책 소개를 본 순간 그림형제의 동화가 떠올랐던 소설이다. 동화는 그림형제의 동화치고도 정말 잔인하고 끔찍한 축에 속한다. 그림형제 동화들의 대부분이 오늘날에 이르러 순화된 동화가 아닌 옛 동화 그대로 읽으면 잔혹하거나 무서운 분위기인데, '노간주나무'는 그 중에서도 유독 잔혹하다 여겨지는 이야기다. 한번 읽은 이야기임에도 뚜렷하게 머릿속에 남아있을만큼 강렬했던 동화이기도 하다. 이런 동화를 떠올리게 만드는 이 소설, 대체 어떤 이야기일까?!

나의 부모, 그리고 우리 집. 아이가 가장 안정을 느끼고, 가장 좋아하며 애착을 느끼는 존재와 장소다. 그런데 부모와 집이 아이에게 위험하고 공포스러운 존재와 장소가 되어버린다면?! 그래서 부모와 헤어지고, 집을 떠났지만, 다시 집을 찾고 부모에게 의지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면?! 이 모든게 주인공 영주에게 벌어진 일이다. 20년 전, 자신을 버리고 떠나버린 엄마를 다시 찾을 수밖에 없었을 정도로 영주의 상황은 최악이었다. 남편과 이혼을 앞두고 아이를 지우기로 했으나, 차마 지우지 못하고 낳아 홀로 키웠던 영주였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자신의 아이 선호가 이상 행동을 보였다. 점점더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자신을 버린 친정엄마를 떠올렸고, 그렇게 지옥 같았던 집으로 다시 되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다시 소환되기 시작한 옛 기억들과 현실과 꿈의 경계에서 혼란스러워 하는 영주, 무엇이 진실인가.
이런 숨은 사연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아빠라는 사람이 저지른 끔찍한 일들, 이상한 낌새를 느꼈음에도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최악의 상황까지 만들어낸 엄마. 영주의 성장은 부모의 잘못된 행동과 어리석은 선택이 밑거름이 되어버린 셈이다. 그래도 엄마는 나름 자신의 기준에서 딸을 위한 선택을 한거긴 했다. 그게 너무 자기중신적 사고로 인한 선택이라는게 황당했지만. 하지만 부모와 영주, 영주의 아이까지 3대는 함께할 수 없는 인연이 아니다 싶은 것이 엄마의 선택이 나은 선택이었을 수 있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함께 할수록 불행이 커지는 인연도 있는 법이니까. 공포 영화 한편을 본 듯한 느낌이었던 이 소설. 영화로 만들어져도 재미있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