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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를 만들 수가 없어서요
강진아 지음 / 한끼 / 2025년 5월
평점 :
'죄'로부터, 잊고 있던 아니 잊으려 애를 쓰던 범죄로부터 벗어나려 몸무림을 쳤던 한 여자의 처절함을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와 튀어나올 것 같은 입체감을 지닌 캐릭터들을 통해 느껴볼 수 있었던 소설 <진짜를 만들 수가 없어서요>를 만났다. 숨 막히게 전개되는 스토리는 영화를 한 편 본 것처럼 순식간에 이야기 속에 빨려 들어가게 만들었다. 도희와 차경.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소녀의 만남이 이렇게까지 사건사고를 일으킬 줄 누가 알았을까. 지독한 가난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애를 쓰던 차경이 저질러야 했던 일들을 보면서 마냥 그녀를 욕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반대로 뛰어난 외모에 부족함 없이 자라 주변의 많은 관심 속에 있던 도희는 왜 그렇게 비뚤어진건지, 대체 어디까지 할 셈이었던건지 욕하게 만드는 인물이었다.

정말로 돈이 필요했던건 차경이었다. 부모님이 부부 사기단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을 치다가 사망한 후 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연락을 끊고 사라져버린 작은 아버지로 인해 기초수급자로 선정되지도 못한채 가난한 삶을 이어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부족한 것 하나 없는 도희가 오히려 돈을 필요로 했다. 이유는 단 하나, 헤픈 씀씀이였다. 도희는 차경의 뛰어난 미술 솜씨를 눈여겨 보고 위조지폐를 만들자고 했고, 차경은 범죄라는 것을 알면서도 당장 눈앞의 현실적인 문제로 받아들였다. 여기에 혜미라는 또 다른 여고생을 끌어들여 위조지폐를 사용해 실제 화폐로 교환까지 시도했으니 범죄의 늪에 제대로 발을 담근 셈이다.
이들의 범죄는 코팅을 빼먹은 위조화폐로 인해 발각될 위기에 처한다. 쫓기던 혜미가 사고로 숨지고 도희가 유학을 떠나면서 일단락 되는 듯 했지만 차경은 거머리 같은 도희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혜미의 죽음의 진실에 대한 단서가 도희의 손에 있었으니까. 또 다시 차경의 앞에 나타난 도희는 위조화폐를 요구하고, 고대하던 대기업 면접을 눈앞에 두고 있던 차경은 도희의 요구를 거절한다. 빠른 전개와 차경의 숨막히는 현실이 눈앞에 그려지는 것 같았다. 차경을 그런 선택지로 내몬 것은 결국 도희 본인이 아닐까 싶다. 아마도 평생 끝까지 차경을 쫓아다니며 위조화폐를 요구했을 테니까. 때문에 차경의 선택을 무조건 잘못되었다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진실을 밝히고 도움을 청할 용기가 없었던 것은 안타까웠다.
결말을 보면서 차경은 끝끝내 행복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경은 도희에게서 끝내 벗어날 수 없을테니 말이다. 게다가 결코 닮고 싶지 않았을 부모님을 자신도 모르게 닮아가는 듯 보이는 차경의 모습은 씁쓸함마저 갖게 만들었다. 차경이 도희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니 도희를 만났더라도 도희의 제안을 뿌리쳤더라면 어땠을까? 가독성도 속도감도 좋았던, 꽤 긴 여운을 남겼던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