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트리스 부부 새소설 20
권제훈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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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결혼과 육아, 참 쉽지가 않다. 그 전이라고 쉬웠거나 쉬운 것은 아니지만, 요즘은 사회적 경제적으로 봤을 때 부담되는 부분이 더 높아지고 있다보니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결혼도 늦어지고, 임신과 출산 또한 꺼리거나 늦게 낳는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출산을 하지 않으려는 이유 중에는 여성들의 경력 단절이 차지하는 비율도 높다. 삶에서 커리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성들이 늘어났고 많은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보니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공백을 부담스럽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 소설 속 신혼부부(강지웅, 한민서)가 딱 이런 상황이 반영된 배경 속에 신혼생활을 하고 있다.


10평 남짓한 오피스텔에 신혼 살림을 차린 지웅과 민서. 두 사람은 결혼 초 딩크족으로 살기로 합의를 봤다. 두 사람이 살기에도 빠듯한 집에 벌이도 각자 관리를 하다보니 돈이 쉬이 모일 것 같지 않았고, 그렇게 아이까지 부대끼며 살 자신이 없었던거다. 그래서 명절을 이용해 양가 부모님께 각자 하자가 있는 것으로 얘기를 해서 아기에 대한 희망 자체를 원천봉쇄하기로 한다. 그런데 민서가 약속을 어긴다. 친정집에 가서 지웅이 문제로 아기를 가질 수 없다고 말을 해버린 거다. 기분이 잔뜩 상해버린 지웅.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니 어쩌겠는가. 사실 조금은 아기에 대한 미련이 있었던 지웅이었지만, 완고한 민서의 주장을 꺾지 못했고 이 문제는 그대로 덮어지는가 싶었다. 민서의 부모님이 다시 한번 병원에서 검사를 해보자고 하기 전까진 말이다.


읽는 내내 민서의 이기적인 행태와 생각은 불편했고, 우유부단한 지웅의 태도는 참 답답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론 이런 부부이기에 아이를 낳지 않는게 맞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준비되지 않은 가정에 아이가 태어나 모두가 불행해지는 결과로 이어지는 일이 워낙 많아서 말이다. 왜 원하는 가정보다 원치 않는 가정에 아이가 더 잘 생기는건지 언제나 의문이다. 어쨌든 다행이라면 다행이려나. 이 테트리스 부부에게 벌어진 일 말이다. 그러게 애초에 왜 그런 거짓말을 해선. 돌고 돌아 결국 철퇴를 맞은 셈이다.


그런데 이 부부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답답하기는 한데, 현실적인 부분들이 꽤 많이 반영된 것 같아서 좀 씁쓸하기도 했다. 왜냐하면 지웅과 민서처럼 작은 오피스텔에서 시작하는 신혼부부가 번듯한 아파트 하나를 장만해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가를 생각하면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아이에게 들어가게 될 교육비를 생각하면 딩크족을 택한 이들의 선택이 이해가 된다. 아이를 낳지 않는게 아니라 낳을 수 없는 거라는걸 국가에선 언제쯤 알아줄까. 철없는 부부의 현실적 이야기, 그들 나름대로 행복하면 된거다 싶긴 하지만, 그만큼 했으면 이제 좀 철이 들었으면 싶은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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