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세스지 지음, 전선영 옮김 / 반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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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독특한 소설이다. 처음엔 읽으면서 '도대체 이게 무슨 이야기지?!' 싶었다. 어느 삼류잡지에 기고된 듯 보이는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는 이상한 일에 대한 이야기와 인터뷰,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려지는 조회수를 높이려는 듯한 허무맹랑한 혹은 기괴한 혹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들로 시작된 까닭이다. 이해할 수 없는 방식이다보니 처음엔 당황했고, 덕분에 읽는 속도가 느렸다. 짧은 글 안에 숨겨진 뜻이 있나 싶어 앞으로 넘어가 다시 읽고 뒤로 갔다가 또 앞으로 와서 다시 읽고를 반복했던 탓이다. 그러다 100 페이지가 넘어가고 어느 순간 '어?!' 하게 되는 시점이 왔다. 겹치는 부분이 늘어나면서 조금씩 연결이 되는 것 같았다. 그러다보니 나중엔 읽으면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게 이렇게 되는 거였어?!' 라는 말을 나도 모르게 하게 된다랄까? "이 호러가 대단하다" 1위라는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어느 아파트 단지 초등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던 '맛시로상 놀이', "이리와, 감이 있단다."라며 산 속으로 유인하는 알 수 없는 존재의 이해할 수 없는 말, 빨간색 옷을 입고 손을 높이 든 채 높이 뛰는 여자, 눈과 입을 크게 벌리고 쫓아오는 남자의 꿈. 폐허가 된 옛 사당 앞 낡은 도리이. 이 이상현상들과 연결되는 산과 지역, 그리고 댐.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짧은 단편들이 하나로 연결이 되는 순간, 감탄과 놀라움의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이 모든 일들이 시작된 이야기가 등장하는 결말 부분에 이르러선 한숨이 흘러 나왔다. 굳이 그 상황에 그렇게 놀려야 했을까?!


이 소설에 쓰인 기법은 모큐멘터리 기법이라고 한다. 요즘 소설들에는 참신한 기법들이 많이 적용되는 것 같다. 신선하기는 한데 모큐멘터리 기법은 독특하기도 해서 초반 부분을 이해하고 넘기기가 조금 힘든 듯하다. 모큐멘터리 기법이 적용된 소설은 이번이 처음이라 같은 기법이 쓰인 다른 소설도 읽어봐야 정확하겠지만, 이번 소설만 놓고 보면 그렇다.

* 모큐멘터리(Mockumentary) 또는 페이크 다큐멘터리(fake documentary)란 영화에서 연출된 상황극에 다큐멘터리 기법을 빌려 촬영하는 방식으로 허구의 내용을 마치 실제 상황인 것처럼 보이도록 제작한 장르를 가리킨다. 이러한 장르는 관객의 긴장감과 청중의 몰입을 유도하기 위해 설정된다.


처음 만난 기법 그때 뭔지 나는 무섭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무섭다기보다 매우 흥미로웠다. 그 많은 단편들이 하나로 모였을 때의 그 놀라움이란. 이 모든 이야기를 연결 지은 작가의 필력이 경이롭기도 하다. 그래서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대가 되고 궁금하다. 새로운 기법으로 탄생한 호러소설, 초반을 잘 넘기기만 한다면 후회는 없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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