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구급벨이 울리면 나는 출동한다. - 구급대원이 바라본 삶의 스펙트럼럼
홍창우 지음 / 솜니움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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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시작된 의료대란을 피부로 느끼기 시작한건, 아이들 소아과 진료 예약이 힘들어지면서 부터다.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을 만큼 아프면 병원을 찾고, 당일 진료를 받는 일이 당연했다. 물론 지금도 오전에 미리 예약을 하면 당일 진료를 받을 수 있기는 하지만, 전과 다르게 오전에 일찍 서둘러 예약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당일 오후 혹은 늦은 저녁에 아이가 아프면 갈 수 있는 병원이 거의 없고, 응급실 또한 진료를 받는 일이 쉽지 않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가고 있다. 의료대란 전이라면 살 수 있었던 생명들이 지금에 와선 치료를 받지 못해 죽어간다. 이게 현실이라는게 믿기지 않을만큼 지금 우리나라의 의료 현실은 심각할 정도다.

이런 상황에 제일 힘든건 아마 119 구급대원들이 아닐까 싶다. 119 구급대원들이 응급 환자를 이송하려해도 받아주지 않는 병원들이 대부분이라는 얘기는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분들은 어떻게든 생명을 살리기 위해 현장에서 애를 쓰며 지금 이 시간에도 출동이 필요한 현장으로 달려가고 있을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사람들을 돕기 위해 나서는 119 구급대원분들, 참 감사하다. 좀더 힘을 내주셨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상황이진 않을테니 말이다. 의료 현장이 다시 나아질거라 믿고 싶다. 꼭 그래야만 하고 말이다. 국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자신들의 밥그릇 챙기기에만 여념이 없는 이들 모두 이번 기회에 싹 물갈이를 하면 좋겠다.


이 책은 현직 119 구급대원인 작가분의 경험담을 통해 바라본 우리의 삶에 대한 기록을 담고 있다. 읽으면서 공감하고 안타까워하기도 했으며, 한참을 생각에 잠기게 하기도 했다. 전에 다른 책인지 뉴스에서인지 119 구급차를 택시처럼 이용하는 비응급 신고자들이 있다는 얘기를 본 적이 있다. 그런 이들은 상습적이면서도 뻔뻔하게 119 구급차를 이용하는데, 이러면 안된다는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기도 하고 때로는 오히려 민원이나 고소를 하기도 한단다. 119 구급대원이 불친절 하다거나 제대로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지 않았다거나 하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말이다. 모든 신고자들의 신고를 무시할 수 없고, 직접 확인하지 않는 이상 진짜 응급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기에 이런 신고를 걸러낼 수 없다는게 참 안타깝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확실한 비응급 신고와 관련한 법적인 제도가 마련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신고가 다른 응급 환자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으니 말이다.


수많은 현장에서 만난 분들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응급상황, 사건, 현장 등에 대한 이야기는 참 마음 아픈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영유아 심정지와 관련된 이야기는 내가 다 가슴이 덜컥했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영유아 시절의 아이를 케어하는 일이 얼마나 고되고 힘들지 알기에 아이를 잃은 후에 남겨진 죄책감이 얼마나 클지, 상심이 얼마나 클지 아이 부모의 마음이 헤아려졌다. 글을 통해 느낀 나도 이런 것을, 직접 현장에서 겪은 작가님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심정지 사건도 왜 이렇게 많은건지.. 자살자 혹은 다툼으로 벌어진 상해 사건은 또 왜이렇게 많은건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사건들을 직접 출동해 보고 겪는 119 구급대원들의 정신건강은 괜찮은지 걱정이 된다. 이들의 스트레스와 심적 고통, 그리고 정신건강에 대해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얇은 책임에도 진짜 많은 이야기를 본 것만 같은 이 책, 많은 이들이 읽고 119 구급대원들의 역할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필요하고 중요한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우리 사회가 좀더 안전하게 굴러갈 수 있게 우리 모두가 노력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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