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셰 : 확장자들]

클리셰: 확장자들
김아직 외 지음 / 북다 / 2025년 3월

장르 작가 5인이 모여 진부하고 예측 가능한 표현, 설정, 상황 등을(=클리셰) 깨부수고 비틀어냈다 해서 궁금했던 소설 클리셰를 만났다. 읽다보면 예측할 수 있는 상황들을 어떻게 어떤 식으로 피해갔을지 궁금했다. 그리고 그렇게 피해간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일지도 궁금했다. 장르 작가들이기에 장르 소설임은 분명할진데, 클리셰를 어떻게 비틀어 냈을까? 잔뜩 호기심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분명 클리셰를 비틀었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읽다 보니 그 사실을 잊고 어느새 혼자 예측을 했다. 그리고 5편의 이야기들 모두 비껴간 예측에 헛웃음이 나왔다. 어쩜 이렇게 하나도 안 맞나 싶어 신기하면서도 신선했다.

김아직 - 길로길로 가다가 ⮕ 시골마을에서 벌어진 노인 연쇄살인사건에 뛰어든 자칭 탐정이라는 여고생 오느릅과 경찰의 합동 수사. 무시하려해도 기막히게 들어맞는 오느릅의 추리에 말려드는 경찰의 황당한 공조. 아무리 인력 부족이라해도 이래도 되는거야?!

박하익 - You're the detective ⮕ 신문사의 편집부 직원 소영에게 주어진 인사이동을 건 취재 미션. 3개의 사건을 해결했다는 카페이자 장르소설 매니아인 사장을 취재하다가 벌어진 사망사건의 피해자는 정말 소문대로 마녀였을까 아니었을까.

송시우 - 타미를 찾아서 ⮕ 느닷없이 집으로 들이닥친 고교 동창 유경으로 인해 벌어진 혼란가득한 주말. 아무리 친구 사이라도 이건 너무 선을 넘었네! 이런 친구라면 손절이 답.

정명섭 - 멸망한 세상의 셜록 홈스 : 주홍색 도시 ⮕ 환경파괴, 핵전쟁, 기아, 전염병으로 세계 90%의 인구가 소멸한 가운데에서도 뱀파이어로 영원히 살게된 셜롬 홈스의 사건 해결 일지. 극소수만 살아남았음에도 여전히 벌어지는 강력 사건. 왜들 그러니 대체.

최혁곤 - 진동분교 타임캡슐 개봉사건 ⮕ 폐교된 학교 부지에 30년 전에 묻은 타임캡슐을 열어보기 위해 모인 7명의 졸업생들. 그런데 타임캡슐을 묻은건 모두 8명이다. 한 명은 타임캡슐을 묻고 얼마 후 실종된 상태. 모두가 잊고 있던 타임캡슐을 열기로 한 건 왜일까?

분명 장르가 맞기는 한데, 뭔가 매운맛이 사라진 장르의 느낌이다. 일상 미스터리 느낌에 더 가까운 장르소설 같다랄까. 일상 미스터리도 나쁘진 않지만, 장르소설 하면 어쩐지 매운맛이 강한 장르소설을 떠올리게 되다보니 이런 점에서 조금 아쉽다는 생각도 든다. 워낙 장르소설에 강한 작가님들이 모여 있는 작품이라 더 이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점을 제외하면 가독성도 좋고, 재미도 있었다. 클리셰를 어떻게 비틀었을지 궁금하다면 읽어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