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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돌아오다
사쿠라다 도모야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3월
평점 :
치밀한 복선 배치로 숨겨진 심리를 부각하는 와이더닛 기법은 이후 '무엇이what 수수께끼인지?'를 묻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이는 '왓더닛what done it'이라고 불리는 유형으로, ➀'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와 ②'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묻는 두 가지 패턴이 있다. 사건이나 수수께끼가 존재하지 않는 (혹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 숨겨진 '범행'을 밝혀내는 왓더닛 기법은 1990년대 이후 '일상 수수께끼' 계열 작품에 의해 대중화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론을 '복선 중심의 공정한 수수께끼 풀이 모델'로 완성한 것은 역시 아와사카 쓰마오의 공이 크다. 다만 Why와 What의 경계는 모호한 경우가 많다. - P. 303 (해설)
그동안 제법 추리 스릴러 소설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소설 기법에 대해서는 처음 접한다. 띠지에 쓰여있는 '왓더닛'을 보고도 그냥 지나쳤다가 책을 다 읽고 해설부분에서 이런 기법이 있구나 하고 놀랐다. 그리고나서 조금 찾아보니 <whodunit : 누가 저질렀는가 / howdunit : 어떻게 저질렀는가 / whydunit : 왜 저질렀는가>이라는 기법들이 있었다. 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추냐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지기는 하지만, 이렇게 용어가 따로 있는 줄은 몰랐었다. 그리고 해설에서도 언급되었듯 이 기법들의 경계는 참 애매하다 여겨진다. 이야기가 진행되다 보면 자연스럽게 섞이기도 하고 다시 분리되기도 할텐데 굳이 이렇게 나눌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총 5편의 단편을 만날 수 있는 이 책은 각 단편마다 등장하는 곤충(매미, 거미, 딱정벌레, 반딧불이, 파리)들이 제법 큰 역할을 한다. 곤충을 이용한 추리를 만나게 되리라곤 생각지 못했는데 꽤 신선하다. 또 왓더닛 기법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초점을 둔 이야기들이다보니 본격 추리소설보다 감성적인 면이 더 느껴졌다. 이걸 가능하게 한건 이 책의 중심인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곤충 애호가 에리사와 센 덕분인 듯 싶다.

16년 전 재해 현장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본 유령 소녀에 대한 비밀, 집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엄마와 집 밖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딸의 사고 연결점, 중동 청년의 죽음과 딱정벌레 목걸이에 담긴 분노유발 사연, 한 작가의 실종과 반딧불이의 연관성, 한 남자가 체체파리 유충을 국내로 들여오게 된 이유. 모든 사건엔 원인이 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해서는 안되는 행동은 하지 말았어야 할 것을.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이 교차한다. 본격 추리 소설과는 다르게 이 소설은 사건이 벌어지게된 본질을 파헤친다. 사건 자체만 보는 게 아니라 원인과 이유를 들여다보니 사건이 꽤 다르게 느껴진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진다랄까.. 흥미롭게 읽었던 왓더닛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