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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마을 청호리
배명은 지음 / 네오북스 / 2025년 4월
평점 :

와, 이런 이야기일 줄이야. 짐작도 못했다. 재미있게 읽었던 '수상한 한의원' 작가님의 작품이라 무작정 선택했던 책이다. 그런데 역시, 읽으면서 이야기 속에 빠져들었고 재미있어서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결국 졸린 눈을 비벼 가며 끝까지 읽고 난 후 잠들 수 있었다. '선녀'가 등장한다는 부분에서 무속적인 부분을 예상하긴 했는데, 사이비 종교처럼 폐쇄적인 마을을 만들어 집단 이기주의로 약한 개인을 희생시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또 마을의 말도 안 되는 규율들엔 기가찼다. 주인공이 마을에 입성하면서부터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에 빠져들지 않을 독자, 아마 없을 작품이다.
귀신을 보는 미주는 엄마와 함께 무당, 스님을 찾아다니며 붙어있는 귀신들을 퇴치하지만 그때 뿐, 하나를 퇴치하며 또 다른 하나가 나타났고 이로인해 목숨을 위협받는 지경에 이른다. 한곳에 정착을 하지 못하고 3년에 한 번씩 이사를 다니며 귀신의 피해보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고, 결국 엄마에게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엄마의 고향 '청호리'를 찾아가게 된다. 청호리에 도착해서도 엄마는 이곳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꺼려 했다. 그냥 특이한 것이라고만 했다. 그런데 미주가 보기에 보통 특이한 곳이 아니었다. 족자 그림을 보고 선녀님이라며 인사를 해야 하질 않나, 14세 이상 남녀 청소년들끼리 대화를 하면 안된다고 하질 않나, 시골 마을인데 경비 초소가 있고 남자 어른들만 들어갈 수 있는 장소가 있는 등 미주의 눈은 사이비 집단 거주지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생각은 맞았다. 하지만 청호리의 온 후 마을 입구에서 마주친 귀신 외에 귀신을 보지 않았고 나름 평온했기에 그러려니 했을 뿐이다. 친구 연희에게 무슨일이 벌어졌는지 알게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은 채 17살의 여자 아이들을 3년에 한번씩 제물로 바쳐 희생시키며 재물을 축적하고 풍요롭게 살아온 사람들. 자신의 아이, 조카를 희생시켜야 함에도 당연한듯 30년 동안 행해져 온 이 말도 안되는 일에 동참한 인간들의 욕심은 추악했다. 잘못된 믿음으로 똘똘 뭉친 인간들이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지,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하는 세뇌된 인간들이 얼마나 무서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