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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멍멍이는 열일곱 - 반려견과 살아가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날들
사에타카 지음, 권남희 옮김 / 시공사 / 2025년 1월
평점 :

우리집 멍멍이 세븐이는 곧 10살이다. 중형견의 시바견. 그래서 더 이 책이 눈에 들어온건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런 책은 잘 안 읽는 편이다. 반려견들의 모습이 많이 상상이 될 것 같아서다. 안그래도 반려견들이 노견에 접어들면서 조금씩 걱정이 되던 차였다. 걸음이 느려지고 체력이 떨어지고.. 확실히 마냥 활기차고 마냥 개구졌던 모습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던 탓이다. 물론 그럼에도 여전히 기운 넘치고 깨발랄 한 것도 맞지만, 한해 한해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달라지는 부분이 분명 있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다 한 마리를 준비도 없이 희귀병으로 갑작스럽게 떠나보내고 나니 노견에 접어든 반려견의 나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른 노견의 이야기를 한번 접해보고 싶었다. 무엇보다 쿠리와 우리 세븐이, 닮았다. 그래서 이 책이 보고 싶어졌다.

쿠리를 보면서 세븐이의 나이든 모습을 상상했다. 닮아 보이는 두 녀석을 보면서, 그리고 이야기를 읽으며 가슴이 많이 먹먹해졌다. 눈물이 자꾸 쏟아져서 책 읽기가 참 힘들었다. 3개월 전, 갑각스러운 희귀병 발명으로 투병을 시작한지 두달만에 떠나버린.. 세븐이 동갑내기 짝궁 럭키가 계속 생각나서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자꾸 책장을 넘기게 됐고, 그렇게 펑펑 울며 책을 읽었다.

깜짝 놀랐다. 내가 그랬다. 9살의 럭키, 세븐 두 녀석의 건강도 자신했었다. 나이 따위 잊어버리고, 세월을 망각했다. 다리가 조금 아프고, 관절이 약해졌을 뿐, 크게 아픈 적은 없었기에 병원에 갔다가 오더라도 약 몇번 먹으면 금방 나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었다. 절대 심각하게 많이 아플거란 생각은 조금도 해보지 않았다. 그렇게 나도 조금의 준비도 해본적이 없었다. 아주 오래.. 언제나 내 곁에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러다가 9살의 럭키를 갑작스럽게 떠나보내고 망연자실 했었다. 사실 지금도 곁을 떠난 그 녀석이 자꾸 생각나고 보고 싶어서 여전히 많이 운다. 완벽하게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아직.. 보낼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남아있는 세븐이를 생각하면 조금씩 준비를 해나가야 하고, 내가 더 강해져야 함을 안다. 그런데.. 머리로는 알아도 마음은 조금도 받아들이지 못한다. 준비를 하고 싶지 않다. 그냥 시간을 되돌리고 싶기만 하다.

내 마음은 그렇지만, 세븐이의 몸은 조금씩 달라져 간다. 내 마음과 달리 세븐이의 몸은 정직하게 세월의 흐름을 받고 있다. 걸음이 느려져 산책 시간은 같아도 산책 길이는 짧아졌다. 전과 달리 속도를 내서 뛰는 일도 많이 줄었고, 달리기 속도 자체도 많이 줄었다. 흰털이 자꾸 늘어나고, 누워있는 시간도 더 늘었다. 이렇게 세븐이는 확연하게 노견에 접어들고 있었다. 나에겐 여전히 아가 같은 녀석인데 말이다. 이런 세븐이의 변화를 알고 있기에 쿠리의 일상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았고, 그래서 참 많이 공감이 되었다. 세븐이의 미래의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었고 그로인해 내 눈은 마를새 없이 눈물을 더 많이 쏟아냈지만, 지금 이렇게 내 곁에 있어주는 녀석이 고맙고 사랑스러웠다. 언젠가 나는 또 한 번의 이별을 맞이하겠지만, 그렇기에 지금의 일상을 더 소중히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우리 세븐이도 쿠리처럼 마지막까지 행복하게, 내 품 안에서 떠나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