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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진 사람들
염연화 지음 / 문학세상 / 2025년 1월
평점 :

6.25. 전쟁이 우리에게 안겨준 비극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전쟁 그 자체가 비극이었으나, 거기에 비극이 더해질거라곤 생각도 못했을 거였다. 여러 비극적 사건 중 이 책에서 다뤄진 사건은 <보도연맹 학살 사건>이다. 지금까지 공식적으로는 5천이 조금 안되는 사람이 확인 되었는데, 아직 확인되지 못한 보도연맹 희생자로 추정되는 사람들만 최대 120만명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유해발굴 작업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여전히 많은 희생자들이 유족들 품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단다. 국민을 돕고 보호하고 지켜야하는 경찰, 군인, 공무원들이 앞장서서 민간인들을 학살했다는게 믿기지 않는다. 각 지자체, 개인의 할당제로 인한 강제 가입, 먹을 것을 준다기에 사인한 선량한 국민들이 빨갱이라는 죄명을 뒤집어 쓰고 죽임을 당해야 했던 그 시절의 아픔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게 가슴이 아프다. 언제쯤 모든 희생자들이 유족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안타깝고 속상하다.
단짝이었던 용실과 송애의 파란만장한 삶을 보면서 그 시절을 상상했다. 하루하루가 무섭고 힘들었은 그녀들의 일상이 그려지는 것만 같았다. 별것 아니라는 거짓에 속아 가입을 강요받았던 사람들, 아무것도 모르고 가족을 잃은 후에 연좌제처럼 똑같이 빨갱이가 되어야 했던 사람들, 온갖 핍박을 견디지 못하고 삶을 놓아버린 사람들. 온갖 억울함에 책 속에 가득했다. 아니, 넘쳐 흘렀다. 그런 와중에도 정신 차리고 앞으로 나아갔던 두 소녀의 이야기는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애썼다, 고생했다 토닥여주고 싶을만큼 보도연맹 학살 사건이 두 소녀의 삶에 미친 영향은 너무나도 컸다. 기다리는 유족들을 위해서라도 희생자들에 대한 발굴 작업이 모두 완료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좋겠다. 앞으로 더는 이런 비극이 우리나라에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