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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인, 홍단영
이은비 지음 / 북레시피 / 2024년 12월
평점 :

또 한 편의 남장여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사극 로맨스 소설을 만나게 되었다. <성균관 스캔들> 이후 열풍처럼 남장여자를 주인공으로 한 로맨스 소설들이 출간되었고, 덕분에 제법 여러편의 남장여자를 주인공으로 한 사극 로맨스를 만날 수 있었다. 이야기마다 각자 매력이 있어 재미있게 읽기는 했으나, 어느 순간부터 비슷해 지는 전개와 스토리에 굳이 찾아 읽지 않게 되었다. 그랬는데 이 책, 보자마자 흥미가 생겼다. 사극인데 여주가 남장여자, 거기에 풍수를 볼 줄 아는 건축가다. 조선시대에 여성 건축가라니!! 한번도 만나본 적 없는 여성상이라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여주가 추구하는 <인태리어人兌利饇 : 사람을人 기쁘게兌 이롭게利 배부르게饇 만드는 기술>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우리가 흔하게 알고 있는 인테리어라는 단어가 이렇게 바뀔 수 있다니. 작가님의 센스에 엄지 척!

주인공 단영은 한 왕자군에 의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죽은 오라버니와 그 충격으로 돌아가신 아버지 대신 남장을 하고 얼굴을 가린채 안궐을 이끌고 있는 행수다. 그녀의 신묘한 인태리어 기술은 끊임없이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풍수와 사주, 오행 등을 모두 고려해 집을 설계하고 부족한 부분은 적절한 물건을 배치해 부족함을 메우니 소위 명당을 가지지 못한 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 것이다. 이런 안궐에 대한 소문은 조선팔도 최악의 흉당이라 불리는 와리산에 한명회의 계략에 의한 어명으로 궁가를 지어야 했던 월산대군 이정의 귀에도 들어갔고, 이정이 단영을 찾아가게 되면서 이들의 운명이 시작되게 된다.
조금만 발을 잘못 디뎌도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 같은, 그런 아슬아슬한 삶을 살던 두 사람이 마침내 서로를 마음에 담게 되니 낭떠러지가 단단한 땅이 되고 아슬아슬했던 나날들은 평온을 찾아갔다. 목숨의 위협을 받고, 죽을고비를 넘기는 등 수많은 위험 속에 견고해지던 두 사람의 서로를 향한 마음이 애달프고 애틋해기에 당연하게도 두 사람의 해피엔딩을 바랬다. 그런데 이런 결말이라니; 내가 생각한 완벽한 해피엔딩의 결말은 아니라 그게 조금 아쉬웠다. 그렇지만 조선시대의 여성임에도 비록 자신의 정체는 드러내지 못한다지만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해내는 당찬 단영의 모습이 보기 좋았고, 끝까지 자신의 일을 놓지 않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손에 쥔 단영이 대단하다 생각했다. 가독성이 좋아 술술 잘 넘어가던 소설이다. 영상화로 제작되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