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딕 × 호러 × 제주 로컬은 재미있다
빗물 외 지음 / 빚은책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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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딕, 호러, 제주. 이 조합으로 7인의 작가들의 단편집을 만날 수 있다는데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제주가 은근 전해내려오는 민화, 전설이 많고, 섬이라는 특성, 거기에 민속 신앙과 전쟁 등 워낙 전해지고 있는 이야기들이 많아 어떤 단편들이 탄생했을지 기대가 되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제주 방언이 제법 많이 등장해 조금 당황했다. 분명 우리나라 말인데, 외국어 마냥 왜 이렇게 낯설고 어려운지;; 언뜻 알아먹긴 하겠으나 부연설명이 없다면 제대로 이해하기 힘든, 그런 제주도 말이 읽을 때 조금 불편했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들이니 제주도 말이 나오는게 당연함에도 읽을 때엔 흐름에 방해를 받는 기분이었다.



<말해줍서> - 7년 7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수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제주 4.3 사건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 남녀노소 이유불문. 억울하게 희생당한 이들의 한은 누가 풀어줄 수 있을까. 지금까지도 유해 발굴 작업이 진행 중이고 희생자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유해가 발굴이 되어도 가족이 고령이거나 사망한 경우도 많이 피해자로 등록되지 못한 경우 역시 많다고 하니 그 수많은 한을 어떻게 풀 수 있을까.


<너희 서 있는 사람들> - 한라산신인 광양당신. 비뚤어진 수호신에 비뚤어진 신도들의 조합이란 잔혹한 호러만 난무할 뿐. 그나저나 혹시 우리나라로 향하는 태풍을 일본으로 밀어내주고 있는 신이 광양당신일까?! 있다면 매우매우 바람직하다고, 어쩐지 그렇다고 믿고 싶다.


<청년 영매_모슬포의 적산가옥> - 태평양 전쟁의 전초 기지였다는 제주. 그 때문에 현재까지도 적산가옥이 몇 채 있다고 한다. 만약 이 적산가옥에 그 시절의 망령들이 여전히 갇혀있다면?! 플러스로 제주의 오방토신도 묶여있다면?! 그걸 볼 줄 아는 이가 하필 그 집으로 이사를 온다면?! 이 조합 난 찬성일세. 흥미진진!



<구름 위에서 내려온 것> - 일본군이 제주도민을 수탈했던 결7호 작전. 제주도 전체에 억울함이 넘칠 것만 같다. 무슨 사건이 이렇게 스케일들이 있는건지. 제주도 섬 하나에서만 발생했다기엔 희생자들이 너무 많다. 잘못한 이들은 다들 벌을 받긴 했을까? 그게 제일 궁금하다.


<등대지기> - 와, 진짜. 같은 종을 희생시키는건 인간 뿐일거다. 끝모를 이기심으로 희망을 품고 있던 청년들을 이용해놓고 마지막엔 거짓이라며 속은 것을 비웃던 나쁜 놈. 누가 그들을 멈추게 할 수 있을까. 누가 그들을 심판할까. 귀신보다 인간이 더 무섭다는 말을 공감할 수밖에 없다.


<라하밈> - 사이비 종교의 무서움은 지금도 여러 사이비 종교들로 인해 드러난 사실이다. 그럼에도 왜 사람들은 자꾸만 사이비 종교에 빠져드는 걸까. 게다가 사이비 종교는 꼭 문어발식으로 혼자만 죽는게 아니라 다같이 죽자처럼 꼭 주변인들까지 끌어들인다. 아무것도 모를 아이에게 대물림을 하듯 교리를 세뇌하고 강요하기도 하니 도무지 아무리 봐도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사이비 종교의 섬뜩함을 보여준 작품.


<곶> - 제일 섬짓했던 작품. 그슨새를 등장시켜 공포감을 선사한 작품이다. 세상엔 절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 모든 일을 설명할 수 없고, 믿을 수도 없는 일이 종종 벌어져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하지만 막상 해결책이 있는 건 아니다. 그러니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면 왠만하면 그 일은 피하는게 맞다. 괜히 휘말릴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특히 목숨이 걸려있다면 더더욱 말이다.


흥미롭겡 읽은 7개의 작품. 이런 프로젝트 도서 너무 좋다. 매우 찬성! 자주 출간되면 더 좋겠다. 다양한 지역의 무속신앙 혹은 신화를 배경으로 한 호러물도 좋을 것 같다랄까.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 더 좋았던 단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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