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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팅 데이
이현진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4년 9월
평점 :

읽기 시작하자마자 순식간에 빨려들어가 단번에 읽어버린 소설. 사실 나는 그 유명한 미드 '덱스터'를 그닥 재미있게 보지 못했다. 시즌1만 간신히 봤던가? 보면서 확실히 내 스타일은 아니다 싶어서 보다 접은 미드였지만, 그 독특한 캐릭터와 설정만큼은 흥미로워 기억하고 있다. 그 미드 이후 비슷한 캐릭터들이 종종 발견했기에 오래 기억될 수밖에 없는 미드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대놓고 '한국판 덱스터의 탄생'이라는 문구와 함께 '악인을 죽이는 사이코패스'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 출간 되었다. 그간 악인이 악인을 사냥하는 비슷한 줄거리의 이야기들을 몇번 만나봤기에 별다른 생각없이 줄거리를 살펴봤다. 반사회적 성향을 숨긴 주인공이 초등학교 교사로 한 달에 한 번 자신의 기준에 맞는 악인을 처단하는 '치팅데이'라는, 본인만의 이벤트를 즐긴다는 문장에 호기심이 생겼다. 대체 무슨 기준으로 누구를 어떻게 없앤다는 걸까?!
사람들은 모두 각자만의 선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가 정해 놓은 그 선을 넘지 않기 위해 조심한다. 그것이 사회적 예의이고, 서로와의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 P. 31
그래서 찾은 절충안이 바로 '치팅 데이'였다. 속여도 되는 날. 내가 다시 착한 아이가 되었다고 믿는 엄마를 속이고, 하루쯤은 평범하지 않아도 용서가 되는 날이었다. - P. 45
최근 '용감한 형사들'이라는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보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여러 사건들에 대한 뉴스를 보면서 우리나라 법이 약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프로그램에서 등장하는 사건들을 보면서 더더욱 많이 느낄 수밖에 없었다. 무기징혁이라도 20년이 지나면 가석방으로 세상에 나올 수 있다는 것도 이 프로그램 덕분에 알았고, 생각보다 많은 숫자의 범죄자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전과 14범, 15범의 범죄자들도 버젓이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약한 법이 오히려 범죄를 부추기고 있는건 아닐까? 전과가 몇번 반복된 범죄자들은 가석방없는 무기징혁 혹은 섬이나 일정 지역 이상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법이라도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사건들이 세상에 너무 많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나는 희태와 같은 인물들이 악마보다 더한 나쁜 놈들을 제대로 벌 주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살인을 옹호하고 싶지 않더라도 희태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절로 그를 응원하게 된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은 이제 그만. 눈꼽만큼도 반성할 줄 모르고 갱생의 여지가 개미 똥만큼도 보이지 않는 나쁜 놈들은 그냥 나쁜 놈일 뿐이다. 법이 정말 지금의 몇배로 강력해져서 범죄자들이 제대로 처벌 받는 그날이 빨리 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