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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거리던 눈빛에 칼날이 보일 때
김진성 지음 / 델피노 / 2024년 9월
평점 :

우리나라는 법 집행에 있어 가해자에게 참 관대한 나라다. 많은 사건 사고들의 형량을 보면서 항상 느낀다. 음주운전 사건들도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만 억울하겠다 싶을 정도의 판결이 있기도 해서 참 문제라는 생각을 해왔다. 형량 좀 높이고, 음주운전 가해자들, 특히 3회 이상은 다시는 운전대를 잡지 못하게 하는 정도의 강력한 제재를 걸지 않는 이상 음주운전은 끊이지 않을거고 상습범은 계속 음주운전을 이어갈거라 생각한다. 최근에도 음주운전 사고들로 인한 허망한 죽음들에 대한 뉴스가 계속 터졌다. 이제는 정말 우리나라 법 전체적으로 강력한 처벌이 가능하도록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이 책 속 주인공과 같은 인물이 나오기 전에 말이다. (정말 이와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란 법이 없지 않은가. 뭐 솔직한 맘으론 이런 인물이 나타나도 좋겠다 싶긴 하지만.)

보통 '술'을 마시는 이유는 취하기 위해서다. 여기까지는 문제될게 없다. 그렇지 않은가. 술을 마시는 이유는 워낙 다양하니 그 이유로 인해 취하고 싶어 술을 마실 수 있는거니까. 하지만 차를 가지고 있다면 문제가 된다. 한두잔을 마셨어도 대리운전을 부르는게 마땅하나, 대리비를 아껴야 한다는 이유로 스스로 운전하는 일이 더 많지 않은가. 만취자의 경우는 특히나 반드시 운전대를 잡으면 안되지만, 운전대를 잡아서 기어코 사고를 낸다. 가해자가 되어도 반성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약한 처벌로 상습범이 되는 경우도 많다. 피해자들만 계속 늘어나는 상황임에도 법은 제자리 걸음이라는게 참 답답할 노릇이다.
그러니 주인공 정인같은 인물이 등장하는게 아닌가. 그는 10분이면 알콜올을 완전히 분해해준다는 신개념 알코올 분해 제품인 '알모사 10'의 방문판매원으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한 달 넘게 단 한개도 팔지 못한 형편없는 영업맨이었으니 사무실에서도 눈칫밥 먹기 일쑤다. 이런 정인에게 드디어 기회가 찾아온다. '알모사 10'을 소개하고 다니면서 마지막에는 꼭 샘플을 남기고 왔는데, 정말 긴급한 상황에 사용해본 사람이 등장한 것이다. 그는 평소에 굉장히 자주 술을 즐기던 한 회사의 사장이었고, 사망사고를 낸 상태에서 급하게 마신 '알모사 10'의 덕을 톡톡히 봤다며 사고 싶다는 연락을 해온 거였다. 그뒤로는 일사천리였다. 이 사장의 홍보 덕에 계약자가 계속 늘어났던 것이다.
읽으면서 진짜 화가 났었다. '알모사 10'의 알코올 분해 효과를 음주운전 상습범들은 악용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런 속셈이었다니.. 잠재적 범죄자들을 사회로부터 격리시켰다고 하기엔 너무 광범위하게 일을 벌였다. 한편으론 대체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길래, 특히 상습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길래 이런 결과가 나왔나 싶어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앞으로 몇년 안에는 음주운전 처벌이 지금의 몇배로 높아져 이로 인한 사고가 어쩌다 한번 일어날 정도로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술술 읽혔던 소설. 이야기 전체적으로 약간 매끄럽지 않다 여겨지는 부분들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꽤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