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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셰에라자드 1 : 분노와 새벽
르네 아디에 지음, 심연희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8월
평점 :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되서까지. 참 여러 버전의 '아라비안나이트'를 만났다. 책, 영화, 만화, 라디오.. 볼때마다 이야기는 조금씩 달라졌다. 원작을 변형하거나 약간 비틀거나 혹은 현대에 맞게 각색하거나. 그렇게 만난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아라비안나이트'는 이야기 속에 이야기들이 있다보니 질릴 틈이 없고 호기심 때문에 계속 읽게되는 매력적인 이야기다. 이게 지금까지 사랑받는,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이번에 이런 '아라비안나이트'를 변형한 또 하나의 로맨스 소설을 만났다. '첫날밤을 치른 다음 날 신부를 죽이는 왕'이라는 설정을 가져와 새로운 이야기로 탄생시켰다. 절친한 벗의 죽음, 그로인해 분노한 주인공의 자발적 신부되기, 그리고 매일 다음날로 이어지는 이야기들. 닮은 듯 다른 이번 소설은 읽다보면 어느새 폭 빠지게 된다. 너무 재미있어서 1권을 다 읽고나면 2권을 자연스럽게 집어들게 된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두권을 모두 옆에 두고 읽어야 하는 소설이다.

셰에라자드. 그녀는 절친 시바를 호라산의 젊은 왕 할리드에 의해 잃게 된다. 그것도 말도 안되는 단 하나의 이유로 말이다. 할리드는 매일 밤 새로운 신부를 맞이하고 다음 날 새벽에 처형하는, 그야말로 극악무도한 왕이었던 것! 이것만 아니라면 젊고 잘생겼으며 돈과 권력을 쥐고 있었으니 인기남 1위에 등극하고도 남았을 거였다. 그런데.. 이 남자, 어떤 이유에서인지 자신에게 걸려있는 저주를 풀어내기 위해 여자들을 죽이고 있는 거였다. 심지어 100명을 죽여야 한다. 셰에라자드가 72번째 신부였으니 앞으로 28명은 더 죽어나가야 하는 거였고, 그전에 이미 71명의 죽음이 있었다는 거다. 여자들 입장에서 보면 이 남자, 아무리 왕이라지만 보통 미친놈이 아닌셈이다. 정말 100명을 죽이면 그 저주가 확실히 풀리는게 맞나? 애꿎은 여자들의 목숨만 희생된건 아닐까? 어떤 사연이든 안타까운 죽음이 이어지고 있는 것만 같다.
그간 죽어나간 여인들, 그리고 절친의 죽음에 대한 복수의 칼날을 열심히 갈고 왔던 셰에라자드였지만, 첫날 밤을 무사히 넘기고 목숨을 부지하는 나날들이 늘어날수록 수많은 여자들을 희생시킨 할리드가 생각보다 잔혹한 왕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된다. 급기야 되려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고, 결국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이 사랑이 순탄할리가 없었다. 저주가 걸린 일이었으니.. 사건이 터지지 않을리 없었던 것이다. 그나저나 셰에라자드의 주변 사람들, 타이밍 참 못 맞춘다. 물론 그들 입장에선 셰에라자드를 구출하려던 것 뿐이었지만, 하필 그 타이밍이 왜 이 모양이란 말인가. 암튼, 매일 새벽 한명씩 총 100명의 목숨이라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탓에 두 사람의 사랑을 시험대에 오르고 말았다. 거대한 시련의 시작이란 느낌이랄까. 과연 두 사람은 이 시련을 어떻게 해결하고 극복해 나갈까. 2권을 바로 만나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