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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가지 인문학 개념으로 살펴보는 평화 사전
변준희 지음 / 가치창조 / 2024년 8월
평점 :
책 제목을 보고는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의 상황, 평화적으로 전쟁이 없는 상황을 이어가고 있는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야기 하는 건가 싶었다. 그런데 펼쳐보니 목차부터 남달랐고 내가 바로 떠올린 전쟁으로부터의 평화만 의미하는 것이 아닌 모든 것으로부터의 평화를 얘기하고자 하는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지금의 내게 꼭 필요한 책이기도 했다. 8월 마지막날, 9살인 내 반려견 한 마리를 무지개 다리로 보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특발성 원인불명의 불치병은 내 반려견을 순식간에 집어삼켰고, 처음 병을 발견하고 진료를 받기 시작한지 5주차가 되었을 때 떠나보내야 했다. 숱한 고비를 넘기고 넘겼지만, 결국.. 일어나지 못했다. 슬픔과 고통으로 잠식당한 내 마음은 평화가 필요했다. 그래서 읽어보기 시작했다.

갈등, 공감, 대화, 민주주의, 분노, 분단, 생태, 안보, 용서, 인권, 자유, 전쟁, 정의, 통일, 통합, 폭력, 화해, 협력. 18개의 주제로 평화를 이야기 하고 있었다. '평화'를 생각보다 더 넓은 의미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이 놀랐다. 하나의 단어가 이렇다면, 여러 다른 단어들 중에도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는 단어들이 더 있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다. 나는 심리적 의미의 평화가 필요한 상태지만, 세상은 정치적, 사회적, 나라간, 타인과의 관계 등 여러 부분에서 평화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 폭력은 자신의 고통이 다른 사람 때문이라고 여기며 상대가 당연히 벌 받아야 한다고 믿을 때 일어나다는 말과 분노는 내가 받은 상처와 이어져 있다는 말이 가장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지금 내 심리적 불안정한 상태 때문인 듯 싶기도 하다.
왜 내 반려견이 불치병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야 했는지에 대한 분노는 이전에 반려견을 교통사고로 한순간에 보내야 했던 기억과 이어져 있었기에 단번에 이해가 되었고, 정부와 의사 간의 싸움에 국민들만 피를 보고 있다는 생각은 폭력이 일어나는 이유로 연결이 되었다. 비폭력으로 갈등, 다툼을 해결하고 공감과 이해, 화해로 이어질 수 있다면 최고의 해결책일 것이다. 하지만 평화를 얻는 과정은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다만, 노력할 수 있을 뿐이다. 평화에 대해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음을 알게 해준 <평화 사전>. 한번씩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