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북]

고스트 북 ㅣ Wow 그래픽노블
레미 라이 지음, 심연희 옮김 / 보물창고 / 2024년 8월

귀신을 무서워하는 우리집 아이들이지만 이 책이라면 충분히 읽을 수 있겠다 싶어 선택한 책이다. 작품성도 재미도 워낙 뛰어난 그래픽노블 작품이라 나도 기대가 되기도 했다. 귀신을 보는 아이와 유체이탈로 삶과 죽음 사이에 놓여있는 아이의 만남이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지 궁금했다. 중국의 문화에서는 음력 7월을 ‘귀신의 달’이라 부른다고 한다. 이런 신기한 문화가 있었구나.. 처음 알았다. 찾아보니 중화권 문화에 해당하는 나라들의 공통 문화로 보인다. '귀신의 달'이 되면 천국과 저승의 문이 열려 모든 혼령이 땅으로 내려와 산 사람들의 집을 방문한다고 믿는다고 한다. 그래서 이 기간 동안 사람들은 이사나 여행, 결혼 등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을 삼가고 거리나 공원 공공장소에 공양물을 차리고 제사를 지내기도 한단다. 귀신이 땅으로 내려와 머무는 기간이 한달이나 되다니. 썩 내키지 않는 문화다. 암튼, 이 책은 이런 문화가 있음을 알고 보면 좋다.

'귀신의 달'에 만나게 된 소녀 줄리와 소년 윌리엄. 두 아이는 조금 특별하다. 줄리는 음양안을 가져 귀신을 볼 수 있고, 윌리엄은 유체이탈로 인해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여있으니 말이다. 줄리가 우연히 아귀에 의해 위험에 처한 윌리엄을 구해준 것을 계기로 두 아이의 '우정'이 시작된다. 윌리엄은엄마와 아빠를 위해 저승으로 망각의 죽을 찾으러 가려 하고, 줄리는 윌리엄을 구해 줄 방법을 찾아보기로 한다. 그러다 아빠가 숨긴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된다. 아빠의 비밀은 줄리의 탄생과 이어져 있었고, 윌리엄의 운명과도 연관이 있었다. 이 사실을 알게된 줄리는 자신과 윌리엄의 기막힌 운명을 종결시킬 수 있는 선택을 놓고 고민을 하게 되고, 윌리엄 역시 고민에 휩싸인다.

두 아이들의 모험은 삶과 죽음, 타인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선택 그리고 선택에 따른 책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가볍게 읽기엔 무거운 주제가 담겨 있지만, 그렇다고 이야기가 무겁게 흘러가진 않는다. 또 등장하는 귀신, 저승사자 들의 모습이 크게 무섭지 않게 표현되었고,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라 더 흥미롭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귀신이 등장해서 조금 무섭지만 그래도 재미있다며 읽는 첫째 아이를 보니, 귀신 무서워 하는 아이들이라도 이 책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걸로 보인다. 만화를 좋아한다면 더더욱 좋아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