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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돌아가는 역
시미즈 하루키 지음, 김진아 옮김 / 빈페이지 / 2024년 8월
평점 :
첫 책장을 넘긴 순간부터 정말 순식간에 빠져들어 단번에 끝까지 읽어버린 소설이다. 과거에 대한 깊은 후회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지나온 나의 과거를 떠올리면 몇번이나 되돌리고 싶은 순간들이 생각난다. 그중 단연 가장 후회되는 순간이 있다면, 아빠와의 마지막 가족여행이 될 줄 모르고 학교 동아리 행사를 선택했던 그 순간이다. 끝내 동아리 행사를 선택한 나를 두고 부모님은 동생들만 데리고 놀이동산을 가셔야 했고, 그날 이후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빠가 하늘나라로 떠난 후 나에겐 그날의 선택이 가장 후회가 되는 선택이 되어버렸다. 그날이 아빠와의 마지막 가족여행이 될 줄 상상도 하지 못한 나에게 그날의 선택은 트라우마처럼 내 가슴 속에 남아버렸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래서 다시 선택할 기회가 있다면 난 주저없이 그날로 돌아갈거다. 비록 그 일이 현실은 바꿀 수 없는, 단순히 꿈처럼 경험만 해볼 수 있을 뿐일지라도 말이다.

누구나 세 가지 조건에 부합한다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마호로시역에 도착할 수 있다. 인생의 분기점이라 할 수 있는 그날의 선택. 다시 할 수 있다면 지금과 다른 인생을 살고 있을까? 어떤 일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분명한건 마음가짐 만큼은 크게 달라질거란 거다. 마호로시역에 도착해 과거에 했던 선택을 재설정해 경험하고 온 다섯 명의 사연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동창회에 나갔다가 첫사랑에게 과거 자신을 좋아했던다는 말을 들은 후 고백할 용기를 내지 못했던 그때를 후회하던 남자, 자신은 원하던 대학에 떨어졌는데 자신이 원했던 대학에 동생이 합격한 일로 가족과 사이가 틀어졌던 재수생, 인기가수가 되었지만 한순간에 마녀사냥을 당하며 몸도 마음도 모두 지쳐버린 남자, 엄마의 대수술 후 좀더 빨리 엄마를 병원에 데리고 가지 못했던 것을 자책하던 딸, 자연재해로 잃은 아내를 다시 한번 만나고 싶었던 남편.
모두 과거를 다시 경험하고 자신이 무엇을 잘못 생각하고 무엇을 보지 못했던 건지 깨닫는다. 현실은 바뀐 것 하나 없었지만, 마음가짐이 달라지니 현실에 변화가 일어났다. 감동적이기도 하고, 뭉클하기도 하고.. 마음을 말랑하게 만들어주면서도 과거를 후회하기보다 그때를 발판삼아 앞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것 같은 이야기들은 마지막장까지 읽기 전까지는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든다. 힐링소설을 찾고 있다면 이만한 책이 없다 생각이 들만큼 재미있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