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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계 환승터미널 구멍가게
배인경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7월
평점 :
외계인의 존재를 믿는가?! 나는 믿는 쪽이다. 분명 이 넓은 우주 어딘가에 외계종족이 있을거라 생각한다. 지구에만 생명체가 있으리란 법은 없지 않은가. UFO 이야기로 종종 들썩이기도 하고, 하늘에서 벌어지는 이상 현상들 그리고 세계 각국의 정부에서 숨기고 있을 비밀들을 생각해보면 분명 없는 얘기는 아닐거다. 그런고로 언젠가 우리 나라 어느 도시에 은하계 환승터미널이 생긴다고 해도 떠들썩 놀라운 일일지언정 이상할 일은 아닐거다. SF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나오는 것처럼 침략을 하려는 종족만 아니라면 먼 미래 우리의 후손들은 여러 행성과 교류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물론 그때까지 지구가 온전하다면 이라는 전제가 붙어야겠지만. 점점 심각해져가는 환경문제를 다른 행성의 기술로 도움 받을 수는 없으려나?! 하핫.

어느날 갑자기 차원 통로 하나가 소멸되면서 급하게 사용할 허름한 차원 통로 하나를 찾아내게 되는데, 그게 바로 지구의 봉천동 시장 근처였다. 제38 은하계 연합 정부는 지구의 타은하국제협력기구와 접촉해 서울 봉천동 부지를 매입하고, 그곳을 환승터미널로 만드는 것에 동의하게 된다. 더 좋은 통로를 찾기 전의 임시 터미널로 사용할 계획이라 최소로 책정된 예산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초라한 우주 터미널이 만들어지게 되지만, 이 사실까지 알리 없는, 해당 부지 내 구멍가게를 운영 중이던 원동웅 씨는 주변 가게 상인들을 선동해 투자자의 꿈을 구체화 하며 버티기 작전에 돌입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상인들은 모두 떠나버리고 혼자 남은 원동웅씨와 그의 구멍가게는 원형 그대로 완공된 환승터미널 내에 잔존하게 된다.
그래도 생각을 달리해 터미널 내의 단 하나 뿐인 가게로서 돈을 벌 수 있을거라 여겼지만, 환승터미널은 지구에 개방되지 않은 상태로 운영될 예정이라 오롯이 외계인만을 대상으로 장사를 해야한다는 날벼락 같은 이야기를 듣는다. 말은 안 통하지, 외계인의 화폐는 이해할 수가 없지, 외계인들은 가게 물건들을 마구잡이로 끄집어 내지 화가 잔뜩 나서 장사를 접어 버릴까 했던 것도 잠시 통역기를 받고 조금씩 요령이 생기면서 적응하기 시작한다. 투덜대고 버럭버럭 하면서도 은근 츤데레 같은 면모를 보이는 원동웅씨. 시간이 지나면서 사연을 가진 몇 외계인들에게 자신이 평생 가지고 있던 컴플렉스를 떠올리며 진심어린 조언을 건네기도 한다. 그렇게 원동웅씨의 구멍가게는 환승터미널 내에 없으면 안되는 가게가 되어가고 있었다.
차별은 전 우주적으로 벌어지는 일일까? 원동웅 씨가 평생 겪어야 했던,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감춰야만 했던 차별, 행성의 멸망 후 우주 연합정부에 의해 온몸에 자신의 생체 정보를 기록한채 평생 떠돌이 신세로 살아야 하는 종족에 대한 차별. 한숨이 절로 나온다. 영화, 드라마에서 보면 차별로 인해 쌓인 감정들이 전쟁으로 번지기도 하고 최악으로는 행성 전체가 소멸되기도 하던데, 이렇게 일이 커져야만 차별로 인한 부당함이 수면 위로 떠오를까?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을 차별들부터 찾아보고 모두 고민해 보면 좋겠다. 수월하게 술술 읽혔던 소설이다.
-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