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명사 골목의 여름
가시와바 사치코 지음, 사타케 미호 그림, 고향옥 옮김 / 한빛에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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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온다면?! 그런 소원을 이뤄주는 곳이 있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아마 혼란 그 자체가 되지 않을까? 사람들은 돌아온 이를 마냥 반길 수 있을까? 죽었다 살아난 이를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대할 수 있을까? 이 책의 첫 소개글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오는 소원이 이뤄지는 곳'이라는 문장을 보자마자 떠오르던 생각들이다. 모든 죽음이 되돌아오는 것은 아니겠지만, 아무리 간절해도 죽음을 되돌리는 일은 해서는 안되는 일이라는건 알겠다. 잠깐만 생각해봐도 떠오르는 문제들이 상당하니, 세상이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즈네 가족은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지은 낡은 집을 고쳐가며 살고 있다. 오래된 집이라 화장실도 방에서 거리가 있다보니 한밤중에 가려면 무섭고 귀찮아서 가즈는 가족 몰래 창문으로 소변을 해결하고는 했다. 그날도 그런 날이었다. 비상수단으로 창문을 열었던 가즈는 할아버지의 위패를 모신 툇마루방에서 귀신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그 귀신을 학교 같은반에서 다시 마주하고 기겁한다. 하지만 모두가 볼 수 있고, 자신의 기억엔 없지만 다른 사람들의 기억엔 존재하는 그 아이를 귀신이라 할 수 있는건지, 자신이 잘못 생각한건지 혼란스러웠다. 이때쯤 학교에서 발견한 동네의 옛 지도에 의해 자신의 집이 있는 골목이 예전에 '귀명사 골목'으로 불렸음을 알게된다. 마침 여름 방학 자유 연구 숙제를 해야했던 가즈는 옛 지명에 대해 조사해 보기한다.

돌아온 자들은 이전의 삶을 기억하지 못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그들을 다시 되돌린다면, 그들이 살고 있던 삶과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과 태어난 후손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이에 대한 불확실함은 죽음에서 누군가가 돌아오는 것을 매우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생각하던 이도 고민하게 만들었다. 소중한 이가 돌아오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외면하지 못한 신의 배려가 오히려 혼란을 일으킨 셈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일까. 이야기 속 이야기도 꽤 흥미로웠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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