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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개업
담자연 지음 / 한끼 / 2024년 7월
평점 :
세상에 운명이라는게 정말 있는 걸까? 인연, 운명 이런거 사실 크게 믿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믿는 쪽에 더 무게가 실린다. 믿지 않더라도 이런 소설을 읽다보면 믿고 싶어진다. 부모와 자식의 인연, 연인의 인연, 친구와의 인연. 오래 곁에 머무는 인연이 아닌 잠깐 스쳐 지나가는 인연들. 모두 인과율에 의한 만남이라고 어디선가 봤던 것 같다. 가만 생각해보면 그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완전히 믿을 수는 없지만 말이다. 소설 속 이승과 저승 사이에 있는 '환승 세계'에 떨어진 사람들은 이승에서 정말 열심히 산 사람들이다. 이들은 환승 국숫집에 도착해 소중한 사람들과 마지막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한다. 이승에서 더 머물고 싶어하기보다 이별은 겸허히 받아들이는 대신, 정말 전하고 싶었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짧은 시간만을 바란다. 꼬인 운명을 바로잡고, 인연의 끈을 정리하기 위한 마지막 시간. 과연 가능할까?

혼자 딸을 키웠던 엄마. 엄마는 딸을 낳은 선택을 인생 최고의 선택이라 생각하지만, 그 마음이 딸에게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듯하다. 딸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엄마가 자신 때문에 힘든 삶을 살았던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자신이 엄마의 걸림돌일 뿐이라 생각했던 딸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만큼 더 채찍질해야 했던 엄마는 서로를 향한 진짜 마음을 전할 수 있었을까? 세상 유일한 자신의 편이자 친구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지 못한 것, 곧 태어날 친구의 아이의 이름을 지어둬놓고 전하지 못한 것이 가장 마음에 남았던 남자와 가장 친한 친구를 자신의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떠나보내야 했던 남자의 친구는 표현하지 못했던, 서로를 생각했던 소중한 마음을 마지막에 전할 수 있었을까?
현실에서도 제대로 마음을 전하지 못한 채 이별을 맞이하는 일이 많다. 그런데 소설 속에서도 그랬나보다. 다행히 환승 세계 국숫집 제 사장이 이들의 마음을 알아줘서 소설 속에선 진짜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덕분에 국숫집에 들른 이들은 한결 평온한 마음으로 다음 생을 준비할 수 있었다. 자신에 대한 기억이 없었던 제 사장,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채이. 그리고 국숫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년의 남자 다미. 세 사람이 간직한 비밀은 무엇이며, 비밀이 밝혀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되는 걸까?! 사후 세계로 가기 전, 잠깐 머물다 가는 정류장인 환승 세계가 정말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다. 감동과 힐링이 필요할 때 읽으면 딱 좋을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