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랑전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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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리우 작가의 작품 중 <어딘가 상상도 못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종이 호랑이> 두 작품을 정말 인상깊고 재미있게 읽고 소장 중이다. 관심있게 보고 있는 작가인지라 이번 또 하나의 새 작품 소식에 반갑고 또 궁금했다. 이번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작품의 장르는 SF. 그런데 읽다보면 온갖 장르가 섞여있는 느낌이다. 뭐랄까, 마치 SF 배경에 스릴러, 가족애, 공포, 디스토피아, 우주, 무협 등 여러 장르를 추가 했다가 빼며 이야기를 조절하고 있는 것 같다랄까?! 거기에 여러 사회적 문제점들까지 포함되어 있어 가볍게 접근할 수 없는 작품이다. 조금 난해하다 싶은, 정확히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건가 싶으나 어렴풋 느낌은 알겠는 그런 단편들이 13편이나 수록되어 있다.

이야기들 중 <환생>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이야기다. 밝음이 있음 어둠이 존재하듯 선과 악은 필연적으로 함께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선택적으로 '악'을 잘라낼 수 있다면 세상은 어떻게 변화할까? 잘라내는 '악'의 기준은 어떻게 되는 걸까? '악'이 사라진 세상은 온전할까? '악'이 반드시 사라져야 세상이 안전한게 맞을까? 외계인에 의해 조절되는 세상이라면 식민지일 뿐 아닐까? 평소에 '악'이 사라지길 바라기는 했으나, 이런 식으로는 아닌 것 같다. '악' 대신 외계인의 지배라는 선택지라면 말이다.

<추모와 기도>는 현실이 반영된 이야기인듯 싶다. 지금도 기술 발전으로 떠나보낸 가족을 생전의 모습 그대로 재연해 VR기술로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 말이다. 그 기술로 자식, 부모와 다시 만난 이들의 이야기를 TV 다큐멘터리를 통해 보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헤일리 가족의 추모영상 제작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다만.. 그게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지는 공익성을 띈 영상이라는게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여겨질 뿐이다. 초반은 분명 성공적인듯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가족을 향한 악의적인 공격은 거세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헤일리 고모의 발명품 역시 초반 이후 부작용을 초래한다. 결국 가족은 다시 한번 거대한 고통 속에 놓이고 말았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왜 피해자가 계속 반복된 고통을 받아야 하는걸까. 우리 사회는 가해자는 떵떵거리며 살아도 피해자는 숨어살며 평생을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그 반대가 되어야 맞지 않나? 왜일까? 잘못된 현상임을 누구나 알지만, 고쳐지지 않고 반복되는건 대체 왜일까. 사회적 인식도 달라져야겠지만, 그 무엇보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한 문제라 생각된다. 거짓을 유포하고 잘못된 비난을 퍼붓는 사람들, 기술개발로 똑같이 고통을 느껴볼 수 있는 처벌이 생기면 좋겠다. 피해자가 떳떳한 세상이 되길..

많은 단편들 속에서도 유독 이 두 이야기가 나에겐 인상깊게 남았다. 믿고보는 작가의 작품이지만, 이번 작품은 좀 난해하고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의 다음 작품은 어떤 작품을 만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괜히 천재작가라 말하는게 아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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