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행자의 어원 사전 - 이 세계를 열 배로 즐기는 법
덩컨 매든 지음, 고정아 옮김, 레비슨 우드 서문 / 윌북 / 2024년 6월
평점 :

여행을 좋아한다. 하지만 생각만큼 여행을 떠나지는 못한다. 현실에 치이다보니 쉽지 않다. 그나마 둘이었을땐 그래도 느닷없이 떠날 수 있기라도 했지, 반려견 두마리에 이어 아이들이 태어나면서는 쉬이 엄두를 내지 못한다. 조금만 쉬어도 방전된 체력을 회복 시키는 괴물같은 체력보유자 두 아이를 생각하면 여행만큼 제격인게 없지만, 아이들 학원과 현실적인 부분이 맞물려 막상 여행을 계획하기란 쉽지가 않다. 그래서 여행과 관련된 서적을 많이 보는 편이다.
여행서적을 통해서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을 달래고, 플랜을 짜보며 여행을 희망해 보고, 여러 여행지를 미리 둘러보고 사계절 별로 떠나기 좋은 여행지를 선정해 보기도 한다. 그렇다보니 여행서적은 나에게 꽤 많은 즐거움과 희망을 안겨주는 도서다. 그렇기에 이 도서가 내 눈에 띈건 당연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궁금했다. 국가의 이름에 숨겨진 이야기가 말이다. 각 국가의 이름에 어떤 히스토리가 있을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터라 더 기대가 됐다.

책은 각 국명의 어원을 말해준다. 수십개의 국명에 얽힌 이야기를 이번에야 알게 되었다. 멕시코라는 이름에 '달의 배꼽에 있는 나라'라는 귀여운 말이 숨어있다는게 재미있다. 물론 이건 하나의 설일 뿐이지만, 귀여운 말과 전혀 관련이 없는 '멕시코'라는 이름에 새로운 느낌이 더해진다. 그런데 읽다보니 대부분의 국명이 어원의 기원이 정확하지 않다. 그저 전해 내려오는 몇가지 설들만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 뿐이다. 탐험가들이 원시부족 혹은 토착민들의 말을 잘못 알아들어 국명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 고대부터 이어지는 사연들이 꽤나 흥미롭다.

사실 이 책의 목차에서 우리나라를 가장 먼저 찾아서 읽어봤었다. 내 나라 국명의 이야기가 제일 궁금했으니까. 전에 다른 책에서 corea가 아닌 korea로 표기하게 된 이유로 일본 식민지 시대의 아픔이 있다는 것은 본 적이 있었다. 그때도 화가 났었지만, 다시봐도 화가 난다. 'C'가 'K'가 된 것이 그리 오래전 역사가 아니라는 사실 또한 여전히 마음을 분노케 만든다. '한민족의 나라'하는 뜻인 '한국', 그런데 '대한민국'의 뜻은 '위대한 코리아'라니. 신기하다. 이 말에는 숨겨진 또 다른 의미들이 있었지만, 우리나라 국명의 뜻을 이번에야 정확히 알게 되어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부끄러웠다. 진작에 알았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한국'이라는 말의 어원을 아이들도 알면 좋을 것 같다. 당연한 상식처럼 말이다.
전쟁, 침략 등 각 국명의 어원에는 그리 반갑지 않은 일들이 참 많이 포함되어 있다. 역사, 문화를 논할때 역시 빠지지 않는 일들이긴 하나, 달갑지 않은 소재이기도 하다. 전쟁 없이는 변화도 있을 수 없는건가 싶을 정도로 전쟁이 미친 영향은 생각보다 더 방대한 듯하다. 국명 어원에도 전쟁이 개입되어 있으니 더 말해 무엇할까. 흥미롭다. 이런 책은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책이 아니라 더 즐겁게 읽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