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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민박집 ㅣ 서사원 일본 소설 2
가이토 구로스케 지음, 김진환 옮김 / 서사원 / 2024년 6월
평점 :

반려견들 목욕을 시킬 때나 청소를 할 때처럼 시간이 걸리는 일들을 할 때 유튜브의 공포 라디오를 틀어놓고 듣는 편이다. 공포 라디오 채널에 제보된 사연들을 듣다보면 꽤 많은 이들이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눈을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모두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믿지 않을 수도 없는 듯하다. 진실 여부를 떠나 그저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여기고 듣는 편인데, 세상엔 정말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하는 것 같다. 들어도 들어도 끝이 없으니 말이다. 그런 이야기들을 꽤 자주 이야기들을 들어서인지, 이 책의 이야기도 그런 이야기들의 연장선처럼 느껴져서 재미있게 읽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보고, 심지어 상대방을 해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가진 '눈'을 가진 주인공 슈가 어쩐지 익숙하게 느껴진건 아마도 공포 라디오 사연들 덕분이지 싶다.


아주 어릴 때 부모님이 돌아가신 먼 친척 부부의 집에서 자라던 슈는 중2때 함께 살자는 친할머니 스에노의 제안을 계기로 고등학교 입학 시기에 스에노가 있는 사카이미나토시로 오게 된다. 슈가 앞으로 머물게 될 곳은 에노가 경영하고 있다는 민박집, 아야시 장이었다. 그런데 이곳에 도착한지 몇일이 지나도록 슈는 스에노를 만나지 못했다. 매번 외출을 하거나 일을 하러 나갔다는 할머니를 만나지 못한채 슈를 맞이해 주고 민박집을 소개해 준건 장기투숙객이라는 훤칠한 남자 하츠코이 키라리라는 이름의 작가였다. 그러던 어느날 학교에서 돌아와 아무도 맞이해 주는 이 없는 민박집 안으로 들어선 슈는 '관계자 및 요괴 외 출입 금지'라는 경고 문구가 붙은 목조 건물에 어울리지 않는 회색 철제문에 대한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문을 열게 된다.
이 일로 파트너와 다름없는 햄스터 요괴 코노스케를 만나고, 할머니와 재회하게 되지만, 문을 연 대가로 '저주 받은 눈'의 능력을 잠재우는 역할을 해주었던 선글라스가 더 이상 소용없게 되었고, 요괴와 인간 세상의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는 민박집 아야시 장에서 일을 하게 된다. 인간 손님은 거의 없어도, 요괴 세상과 연결되어 있는 뒷골목의 아야시 장은 요괴 손님을 바글바글 했던 것. 무엇보다 할머니를 만나 그간 알수 없었던 자신의 눈에 대한 사연을 알게 된다. 민박집에서 일을 하면서 되려 평범하게 자라게 된 슈를 보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또 한번의 이별과 어쩌면 평생을 저당잡혀야 하는 결정을 앞두게 된다.
읽기 시작하니 순식간에 빠져서 읽을 수 있었던 소설. 일본판 애니메이션 영화를 한편 본 듯한 느낌이랄까? 정말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소설이다. 이번 이야기는 이제 막 성장을 한 슈의 이야기로 마무리 되었지만, 조금 더 성장한 슈의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