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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델리고 마을에서 온 초대장
이선희 지음 / 서랍의날씨 / 2024년 3월
평점 :

나날이 교묘해지는 학교폭력으로 인해 학창시절을 잃어버리는 아이들이 있다. 피해 아이들은 평생을 잊지 못하고 고통 받는데 반해, 가해 아이들은 금새 잊고 아무런 제재없이 잘만 살아간다. 게다가 가해자들 대부분 자신들이 한 짓을 조금도 반성하지 않는다. 이 반대가 되어야 맞는거 아닌가? 실상은 왜 피해자가 더 고통받는걸까. 학교폭력과 관련된 기사들을 보면 거의가 피해자만 고통일뿐, 가해자는 끝까지 가해자인 경우가 많다. 악한 자는 벌을 받고, 선은 악을 이긴다는 말을 좋아하면서도 신뢰할 수 없는게 바로 이런 일들 때문이다. 책에서도 가해자에게 더 관대한 법과 현실은 한없이 착한 딸이었던 화신과 그녀의 연인이었던 유하를 '죽음'이라는 공통점에 놓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야기는 두 사람의 죽음 이후 시작된다.


화신은 현재의 연인 강준과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였다. 어느날 친구 윤정으로부터 택배를 받지 않았다면, 화신은 자살이 아닌 결혼을 했을 터였다. 하지만, 택배에 담긴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순간 화신은 진실을 감당할 힘이 없었고, 사실을 밝힐 용기도 없었으며, 결혼을 감행할 자신도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죽음'이었다. 그리고 도착한 영혼들의 마을 '델리고'에서 화신은 특별한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사실은 8년동안 잊어본 적이 없었던 옛 연인 유하를 '델리고'에서 만난 화신은 그가 8년만에 자신 앞에 나타난 이유가 있을거라 굳게 믿는다. 유하를 위해 외면하고자 했던 판도라 상자 속 과거를 마주하고자 용기를 내는 화신, 화신을 위해 그녀를 '델리고'로 초대한 유하. 두 사람의 사랑은 서로를 향한 구원이었다.


읽다보면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문장들이 눈에 띈다. 당연한 말이지만, 현실에서 부딪히면 당연하지 않은 말이 되어버린다. 내 일이라면 부당하고, 내 일이 아니라면 부당한걸 알아도 신경쓰고 싶지 않고 피로하기만한 그런 말이 되어버린다랄까..?! 참 씁쓸한 일이다. 모든 선택은 결과를 포함 오롯이 스스로의 몫이다. 내 일이 아니라고 하다가 내 일이 되어버리면 어찌하겠는가. 문제는 외면하는게 아니라 마주해야 하는 것이다. 화신처럼 잘못된 방법으로 회피해서도 안될일이다. 이런 방법은 강준과 같은 인간들에게 더 힘을 실어주는 꼴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학폭이든 사기꾼이든.. 나쁜 놈들은 돈과 권력이 있다한들 반드시 죄의 댓가가 따랐으면 좋겠다. 경찰, 변호사, 검사 등등 나쁜 놈들을 처벌할 수 있는 사람들이 돈과 권력에 굴하지 않는 사회였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지금보다 더 강한 법과 처벌이 이루어지면 좋겠고,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다는 당연한 말이 당연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화신, 윤정, 유하.. 세 친구처럼 학폭에 고통받는 이들이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 부모가 마음놓고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