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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야 하미야
신상숙 지음 / 문학세상 / 2024년 5월
평점 :

김포의 한 작은 시골 마을에서의 삶을 엿볼 수 있었던 책을 만났다. 그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는 저자의 시선으로 본 시골 풍경과 시골 아낙들의 삶, 그리고 동물들의 삶이 평범하지만 정겹게 그려져 있다. 읽으면서 어렸을 때 잠깐 경험했던 시골에서의 경험들이 많이 생각났다. 외가, 친가 모두 서울 토박이라 나에겐 시골이라 칭할 수 있는, 그래서 방학에 놀러갈 수 있는 시골은 존재하지 않았었다. 때문에 방학 때면 친구들이 시골에 놀러갔다 왔다는 그 말이 그렇게 부러웠더랬다. 그러다 막내이모가 그나마 시골이라 칭할 수 있는 곳에서 작게 농사를 지으셨고, 그 덕에 약간이나마 '시골'을 경험할 수 있었고 그 기억이 지금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이 책 덕분에 간만에 시골의 추억을 소환할 수 있었다.


읽는 내내 작은 시골 마을의 풍경이 눈 앞에 그려지는 것 같았다. 여느 시골 아낙의 삶이 그렇듯, 옛 어른들의 삶이 그렇듯.. 저자의 삶도 녹록치 않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둘째를 난산으로 고생하며 낳은 아내를 두고 명절날이라며 아내를 혼자 두고 훌쩍 시댁으로 떠났다가 이틀 후 시어머니와 큰댁 어머니까지 모시고와서 수발을 들게 했다는 부분에선 정말 경악했다. 몸도 성치 않은 산모에게 밥상을 차리게 하는 시댁 어른들이나 그걸 보고도 가만히 있는 남편이나. 옛 사람들은 대체 왜 그걸 당연하게 여겼던 걸까. 이런걸 볼 때면 그 시절에 태어나지 않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특별하진 않지만, 소소한 삶 속에서 보람과 기쁨을 느끼며 충실히 시골에서의 삶을 살아내는 저자의 이야기는 행복이 언제나 가까이에 있음을 알게 해준다. 크게 욕심내지 않고, 자연이 베풀어 주는 것에 감사할 줄 아는 그녀의 삶은 반짝여 보였다. 우울증으로 한동안 고생을 했다는 저자가 다시 우울증에 빠지는 일 앞으로도 반짝이는 삶을 살아가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