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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의 단검
이정훈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4년 5월
평점 :

중이 제 머리 못 깍고, 점쟁이가 자기 앞날을 못 보듯, 경찰 그것도 형사여도 제 가족까지 완벽하게 지키지는 못한다. 남의 일은 해결하면서 정작 내 일은 해결 못하고 남의 손을 빌리거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은 결국 사람은 혼자 살 수 없고 누군가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함을 내포하고 있는게 아닐까? 그런데 문제는 그 사람들 중엔 남을 이용하고 나쁜 짓을 일삼는 사람들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온전히 갖고 싶다는 일방적인 욕망을 쏟아내 끔찍한 사건을 만들어낸 인물, 외모, 재력은 갖췄어도 능력은 없고 인성이 바닥인 망나니 같은 인물, 오롯이 자신의 복수를 위해 조용히 칼을 갈며 남을 이용하는 인물, 어떤 일이 벌어져도 '뒤처리'에 도가 튼 인물, 사건을 목격하고도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려는데 급급한 인물. 도무지 순위를 매길 수 없는 악인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 바로 여기 있다.
아내와 아들을 잃은 베테랑 형사 도형. 형사들 중에서도 에이스였던 그는 특전사 출신으로 707부대를 전역하고 경찰 특공대를 거쳐 강력계로 이동한 인물이다. 그랬던 그에게 닥친 불행은 그를 트라우마와 우울증으로 밀어넣었고, 이 때문에 장기유급휴가까지 받았지만 여전히 본래 그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때문에 반장에 의해 정신건강의학 의사인 기준과 만나게 된다. 기준은 PTSD와 관련한 논문을 작성하기 위해 경찰과 소방 쪽에 협조 공문을 보냈었고, 이 프로그램에 도형이 합류하게 된 거였다. 처음엔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던 도형이었지만, 점차 기준과의 시간을 편안하게 느끼기 시작했고 그렇게 두 사람의 만남은 꽤 성공적인 듯했다.
치료와는 별개로 도형은 아내와 아들의 사건에 강한 의문을 가지고 있었고, 주변의 만류에도 본격적으로 그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도형의 파트너 황보 형사 역시 의구심을 가졌고, 반장과 의논해 도형 몰래 따로 조사를 해보기로 한다. 몇가지 조사만으로도 이 사건은 충분히 의심이 가는 사건이었고, 가해자로 지목될만한 인물 역시 특정되었다. 확실한 증거라 할 수 있는 물건까지 확인한 황보가 사무실로 복귀하려던 순간 교통사고가 나고, 증거물을 찍어둔 핸드폰을 잃어버린다. 이 일로 더욱 의심을 갖게된 반장과 황보. 한편, 도형은 사건을 처음부터 면밀하게 짚어나가며 사건에 연루되었다 여겨지는 몇 인물들을 추려놓는데, 그가 추려놓은 인물들이 누군가에 의해 살해되는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대체 누가 왜?!
사건이 진행되고 마지막에 이르러 밝혀지는 숨겨진 진실에 소름이 돋았다. 이런 소설 속 범인들은 언제나 이기적이고 일방적이다. 타인에 대한 공감과 이해보다 자신의 감정과 욕망이 더 중요한 이들이 대체로 범인이 되곤 한다. 이 소설 속 진짜 범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그런 일을 꾸밀 수 있단 말인가. 이해도 안되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남을 짓밟고 빼앗은 행복이 영원할 거라고 생각한걸까? 반전에 반전을 더해 소름을 선사해 주었던 이 소설, 한밤중의 여름날 읽기 좋은 소설이다. 한번 시작하면 중간에 끊을 수 없다는 소설가 전건우씨의 말에 공감했던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