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돈키호테]

나의 돈키호테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4월

지금 우리 아이들은 모를 비디오 테이프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던 소설이다. 어쩌다 한번씩 빌려볼 수 있었던 비디오 테이프에는 좋은 추억만 가득하다. 좋아하는 만화 영화를 빌려보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곧바로 다음 편을 볼 수 없어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했던 그 시절의 기억은 지금 생각하면 참 애틋하고 그립기만 하다. 넘쳐나는 영상 컨텐츠의 홍수 속에 놓인 지금은 절대 알 수 없는 감정이랄까? 오히려 거짓과 진실을 구별 해야 하고, 비슷한 영상들 속에서 보석같은 영상을 찾아내야하는 피로감이 더 클 뿐이니, 때때로 그 시절이 생각나는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비디오 가게를 아지트처럼 애용하던 한 아이가 우연한 기회에 그 시절의 추억을 찾아나서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 진 솔은 대히트작을 만들어낸 PD였지만, 윗사람들에 의해 공을 다 빼앗기고 모든 것을 놔버린채 고향으로 돌아온 인물이다. 앞으로 무엇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할지 고민만 하던 그때, 어린 시절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비디오 가게> 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때마침 그 비디오 가게의 주인이자 솔이의 멘토였던 돈아저씨(돈키호테를 너무나 사랑하고 좋아했기에 돈 아저씨라 부름.)의 아들 한빈이 자신의 아버지를 찾아달라 부탁한다. 왜 아들이 안찾고 남의 손을 빌리려 하는지는 책을 읽다보면 나온다. 하여튼, 이 일을 계기로 솔이는 본격적으로 유투버에 도전하게 된다. 일명 돈 아저씨 찾기! 옛 영화와 책들을 소개하는 코너와 함께 돈아저씨의 행방을 찾기위한 노력은 그대로 유튜브 컨텐츠로 만들어졌다.

예상보다 쉽지 않은 돈 아저씨의 행방은 뜻밖에도 그의 삶을 들여다보게 되는 일이 되었다. 꽤 굴곡이 많은 삶을 살아온 돈 아저씨의 삶을 흔적을 따라가며 솔이는 눈물을 짓기도 하고,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솔이의 돈 아저씨 찾기 프로젝트는 점점 더 많은 구독자들의 응원을 받게 되지만, 그를 찾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래도 꿋꿋하게 옛 친구들을 모으고 결국엔 아저씨의 행방을 알아낸 솔. 추억으로 가득했던 그녀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자연스레 옛 시절을 떠올렸고, 잠시나마 추억에 젖어들 수 있었다. 옛 시절을 소환해 내고 싶다면, 이만한 소설은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