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의 요람
고태라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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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책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는데, 서평은 쓰기 어려운 책이 있다. 그런 경우 첫 시작, 첫 문장부터 떠오르지 않아 한참을 고민하고 생각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쓰기 시작했을 때, 의외로 술술 잘 써지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끝까지 애를 먹이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다 써놓고도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수정하기도 하고, 아예 처음부터 다시 쓰는 일도 있다. 지금 이 책이 딱 이런 상황이다. 읽을 때는 흥미진진해서 너무 재미있게 읽었는데, 막상 서평을 작성하려니 첫 문장부터 어떻게 써야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내가 지금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사설을 늘어놓는 이유다.

흔히 시골이나 섬은 배타적, 폐쇄적이라 외지인은 섞이기 참 어렵다 알려져 있다. 그래서 시골 마을,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적 배경은 추리 소설에 제법 자주 등장하는 단골이다. 제한적인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소설은 호기심을 갖게 만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리 민족 고유의 토속 신앙과 종교를 메인으로 삼고, 연쇄 살인이라는 키워드를 넣었다면, 추리소설 좋아하는 독자들에겐 읽지 않는게 더 힘든 매력적인 소재를 갖춘 소설이 된다. 그 매력적인 소설을 나는 만나고 말았다. 바로 고태라 작가의 <마라의 요람>이다.

이야기는 다도해 끄트머리에 있는 죽해도라는 섬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이 섬의 실거주 주민은 천명이 채 되지 않음에도 산신님을 섬기는 나릿놀 마을 (죽해 1구)과 용왕님을 섬기는 우름곶 마을 (죽해 2구)로 남과 북처럼 갈라져 있다. 그 때문에 일년에 한번 기우제(이 섬에서는 돌신제라 칭한다.)를 각 마을마다 한 번씩 두 번 지내는데, 독특하게도 무당이 아닌 단현사라는 절의 스님들이 주관하고 있다. 외래 종교가 그 지역의 민속과 융합해 독자적으로 변형되었을 수는 있지만, 역사적으로 봐도 특이한 점이다.

이런 독특함 때문일까? 학자인 민도치는 종교 비리를 조사하는 단체의 수장이자 은사인 독고 선생의 의뢰를 받고 종파도 불분명 한데다 해괴한 교리를 전파한다는 소문이 있다는 단현사를 조사하기 위해 죽해도를 찾게된다. 배타적인 섬의 분위기에도 특유의 입담과 넉살로 무장한채 뻔뻔함을 가장해 정보 수집에 나선 민도치. 그의 단현사의 방문을 꺼리는 듯한 스님들과 주민들의 태도에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던 민도치는 도착한지 하루도 되지 않아 장기가 사라진 사체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연이어 발견되는 시체들. 대체 누구의 짓이란 말인가.

읽으면서 가장 소름돋게 만든 인물은 잔혹한 범인이 아니었다. 물론 범인 역시 아무리 원한을 가지고 있다한들 그렇게까지 했어야 했나 싶었으나, 의외의 인물들이 느닷없는 충격과 경악을 안겨주었다. 역시,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건 사람이다. 매우 잘 짜여진 스토리와 술술 넘어가는 가독성.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드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처음 만난 작가의 작품이었는데, 앞으로 만날 작품들이 기대된다. 다음 작품은 언제 어떤 이야기로 만나게 될지.. 너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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