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드나잇 레드카펫 ㅣ 네오픽션 ON시리즈 20
김청귤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2월
평점 :

소개글에 호기심이 동했던 소설. 짧은 6개의 단편을 만날 수 있는 이 소설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다.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불공평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당연하게 생각하던 일이 사실은 상대방의 자유와 인격을 억압하는 일임을 이야기 하기도 한다. 또 남자와 여자, 서로가 받고 있다 느끼는 차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소설이기도 했다.

첫번째 이야기는 주인공이 직접 이야기하는 시점으로 진행되는데, 그녀가 진짜 우연에 실수가 더해진 잘못을 했을 뿐인지 아니면 우발적인 계획(?)으로 저지른 일인지 헷갈릴만큼 황당한 사건이었다. 어느 쪽이든 그녀에게 잘했다 칭찬을 할 수는 없지만, 나쁜 놈들에게 가해진 응징만큼은 매우 사이다였다. 그런데 그녀가 형사에게 하던 이야기 중 실제로 비슷한 발언을 하는 남자들을 본 적이 있다. 젊은 사람도 있었고 중년과 노인도 있었다. 대놓고 반박을 한 적도 있지만 대체로 속으로 수많은 욕을 퍼부어 주었더랬다. 밥솥이 밥을 하기전까지의 과정, 세탁기가 돌아가기 전까지의 과정과 옷장에 정리되기까지 누가 할까? 그야말로 할많하않. 이런 말을 하는 생각없는 남자들은 두둘겨 맞아도 할말이 없다.


괴물 퇴치를 위해 당연한듯 인생 전부를 희생 해야하는 마법소녀들이라니. 이 얼마나 불합리한 처사인가. 언제 누가 마법소녀가 될지 몰라 모든 여자가 무조건 마법소녀 훈련을 받아야 하는 것도 모자라 은퇴를 해도 하고 싶은 일은 할 수 없고, 정부가 정해준 남자와 결혼해 딸을 낳아 국가에 바치도록 강요받는 삶이라니.. 이러면 누가 여자로 태어나고 싶겠나. 나도 시위 대찬성!! 할 수만 있다면 적극 시위에 참가했을 일이다. 인류의 위협이 되는 괴물의 등장 때문이라지만, 많은 희생을 강요받고 있는 여성들의 삶을 당연하게 여기는 남자들의 태도에 화가 났던 에피소드였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싶었던 미세먼지 인간들의 이야기는 독특하고 신선했다. 공기정화 능력을 타고나는 미세먼지맨들을 보며 딱 중국에 필수로 필요한 인재들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실제로 중국에는 좀 나타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던 미세먼지맨. 아무리 바란들 현실에서 이런 일은 벌어진 일은 없지만, 누가 국내로 유입되는 중국발 미세먼지를 몽땅 빨아들이는 거대한 기계라도 개발해줬으면 좋겠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미세먼지맨으로 변한 나쁜 놈들도 사회로 복귀시켜 월급까지 주며 영웅처럼 대접한다는 부분에선 한숨이 푹 쉬어졌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더니.. 휴!

정말 불쑥 화가 치밀었던 에피소드다. 어쩐지 지금의 현실이 계속 지속된다면 국가에서 여성들을 상대로 강제 출산 장려까지 시도할 수도 있겠다 싶은 상상을 하게 했다. 강제로 모유수유를 위한 가슴수술을 받아야 하는 여성들이라니. 온갖 기계가 신체를 대신하는 사회에서 정상적인 인류를 보존하기 위한 방법이 고작... 어휴! 그런데 주인공에게 왜 그런 시술이 된건지, 누가 주도한 일인지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아 조금 아쉬웠다.
읽기 시작하니 단번에 읽어버릴 수 있었던 단편소설집. 작품 하나하나가 모두 흥미롭고 재미있다. 꽤 다양한 배경임에도 어디에나 차별은 존재했다. 어디든 무엇이든 여성의 참여도는 높아졌음에도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당연하게 여성이 해야할일로 치부되는 일들이 있다. 남자들은 자신들의 할일이라 생각하기보다 여성을 돕는다는 개념으로 생각한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굉장히 크기 때문에 다툼이 끊이지 않는거라 생각한다. 여성들에게 좀더 나은 사회가 되길, 성별을 나눠놓는 차별이 더이상 다툼의 씨앗이 되지 않길.. 조용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