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골드 마음 사진관
윤정은 지음, 송지혜 북디자이너 / 북로망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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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소설로 핫한 <메리골드 마음 사진관>. 전작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를 먼저 만나보지 못한게 아쉬울만큼 마음을 울리던 소설이다. 하필 아이들이 유치원 졸업, 방학을 하면서 아이들 재운 후 늦은 밤이 되서야 한 단락씩 읽느라 평상시보다 시간이 조금 걸렸다. 다른 때 같으면 너무 재미있는 소설을 만날때 단번에 못 읽는게 아쉬워 쉬이 손에서 놓지 못하곤 했었는데, 이 소설은 한 단락씩 읽고 그 여운을 음미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오히려 더 좋았고, 아껴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페이지가 줄어드는게 얼마나 아쉬웠는지 모른다. 조만간 전작도 찾아 읽어볼 생각이다.


현실에도 마음의 멍을 깨끗하게 지워줄 마음 세탁소나 마음 사진관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 중 마음에 멍 하나 없는 사람은 없을테니 말이다. 앞으로 유난히 쨍하게 하늘이 푸른 날을 보게 될때면, 하늘이 사람들의 마음의 멍을 가져가고 행복으로 채워 넣은 날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될 것 같다. 그러니 앞으로 매일 쨍한 푸른 하늘을 보면 좋겠다. 그래서 행복으로 채워진 사람들의 마음만큼 세상에 희망도 가득차면 좋겠다.

직장인이었던 시절, 해보지 않은 일에 도전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던, 열정이 많았던 '나'는 어느새 사라지고 그 자리에 안주하며 '지금 나는 뭘하고 있지,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 맞나, 지금 내 나이에 다른 것을 시도한들 잘될 수 있을까' 등의 생각을 했던 시기가 있었다. 다른 것을 배우는 것을 시도 안해본 것은 아니지만, 그 배움도 결국 회사와 연결지어 선택한 공부다보니 얼마 못가 그만두고는 했다. 이 시기가 내가 자기계발서와 심리 도서를 몰아서 봤던 때다.

그럼에도 결국엔 '나는 어떤 사람이지, 내가 이정도 밖에 안되는 인간이었나'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스스로 자존감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회사 일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여러 일이 겹쳤던터라 더 그랬었다. 시간이 답이고 약이라는 말은 맞는 말이었다. 다만, 그냥 흘려보내는 시간이 아니라 여러 노력을 겸한 시간이 답이되고 약이되는 거였다. 때때로 나를 돌아보고 나를 찾는 시간을 가지는게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고 활력이 될 수 있음을 알았던 시기가 나도 있었기에 수현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었다.

범준의 말에 참 많은 생각이 들었고, 또 공감했다. 등급으로 나눠진 삶이라는 말이 눈에 박히는 것 같았다. 아니라고 할수가 없지 않은가. 낮아진 출산률, 늘어난 비혼의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요즘은 중학생만 되어도 무엇이 되고 싶은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진로를 정하고 공부 방향을 잡아야한다고 들었다. 그 얘기를 들었을때 꿈은 달라질수도 있는거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더랬다. 그런데 방향을 바꾸는게 쉽지가 않단다. 아직 꿈을 못찾고, 하고 싶은걸 정하지 못한 아이들도 결국은 어떻게든 생각하고 고민하며 정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인 듯하다. 우리 사회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강제로 꿈과 목표를 강요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어 한숨이 절로 나왔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강요라도 시킬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점에서 이해가 되었다. 그렇게라도 방향을 잡아줘야 하는 아이들도 분명 있기 마련이니까. 또 그렇게 준비를 해야 좋은 대학을 가고 괜찮은 미래를 그려볼테니 말이다. 공부를 강요하고 싶지 않아도 강요해야하고, 꿈과 목표를 정하라 다그쳐야 하는 현실이 나도 씁쓸하고 답답하다. 아이들, 청년들은 오죽할까. 범준, 범준의 아버지 그리고 해인의 말들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상미의 이야기는 왜 이렇게 공감이 되던지. 나도 아이들이 태어난 순간부터 '나'라는 사람은 '엄마'로만 정의되는 것 같았다. '나'한테 쓸 돈 아껴서 아이들한테 쓰는게 당연해지고, 먹고 싶은 것도 아이들 입맛에 맞춰졌다. 온통 아이들 스케쥴에 맞춘 삶을 살게되니 어느 순간엔 허무하기도 했고, 어떨땐 공허하기도 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었고, 어떤 것을 좋아했는지 까마득한 느낌이랄까. 때문에 자기개발에 힘써야한다, 아이들 어느 정도 키워놓으면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한 공부를 하고 준비해야 한다 등 참 많이 들었고 듣는 말이다. 주변 엄마들 보면 대단하다 싶은 엄마들도 있으니 고민하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기도 하다. 그런데 여전히 모르겠다. 지금의 나는 무엇을 할 수 있고, 하고 싶은지. 참 어렵다.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닌 것은 맞다. 하지만 좀더 나은 삶을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한다. 평생해도 부족한게 공부라고 하지 않은가. 다만, 내가 좋아하는 공부와 직업은 다를 수 있다. 일치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래서 나도 내 아이들에게 너무 조급하게 미래를 결정하게 하고 싶지 않다. 좀더 넓게 보고 충분히 경험하며 하고 싶은 일을 찾았으면 좋겠다. 너무 스트레스 받으며 좋은 대학만을 위한 공부를 하기보다 진짜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들 아빠처럼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 평생 즐기며 일할 수 있길 바란다.



에피소드 하나하나 정말 마음에 안남는 이야기가 없다. 특히 영미와 봉수의 이야기는 요즘 툭하면 사회면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라 가장 기억에 남기도 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론 안되는 일이라는 생각이 왔다갔다 했다. 그렇지만 결국엔 이들의 사정에 혼자 남을 아이를 위해 함께 가려는 부부를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이해 안할 수가 없을만큼 이들의 사정은 좋지 않았고, 혼자 남겨질 아이에게 벌어질 미래 역시 좋지 않았다. 그래서 '그럼에도 아이를 위해..' 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다행히 우연한 기회가 이들을 다시 세상으로 나오게 만드는 것을 보면서 주변의 관심과 작은 희망이 세상을 등지려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거라는걸 알았다.

오랫만에 강추하고 싶은 소설을 만났다. 보고 또 봐도 좋을 힐링 소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고, 마음에 새기고 싶은 좋은 글귀도 많은 소설. 그래서 꼭 읽어보길 권하고 싶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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