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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 가족 ㅣ 책 읽는 샤미 31
정유리 지음, 김래현 그림 / 이지북 / 2024년 2월
평점 :

제목 때문에 시놉시스를 읽어봤던 이 책, 궁금했다. 헤체된 가족, 그리고 새로운 인연. 그 사이에서 고민하고 방황하는 아이의 마음이 어떨지 짐작이 되면서도 안되었다. 말이 좀 이상한가.. 암튼 줄거리 속에서도 어쩐지 상처받고 잔뜩 반항기 가득한 아이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서 묵직한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예전과 달리 요즘은 이혼이 흠이 되지 않는다. 본인의 남은 삶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둘이 함께 행복하기 위해 선택한 결혼이 아닌가. 그렇다고 노력도 해보지 않고 쉽게 결정할 일은 결코 아니다. 게다가 두 사람만 있으면 다행인데, 아이가 있다면 더더욱 신중하게 고민하고 선택해야 한다. 이혼 후 각자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한들 이미 아이는 상처를 받았을텐데, 이혼한 부부 모두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 같기 때문이다. 거기다 양쪽 부모에게 따로 새로운 가정이라도 생기면 아이가 받는 상처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책 속 주인공 12살 두리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엄마는 새로 생긴 남자친구와 그의 딸 연두를 두리에게 소개시켜 주고 싶어했다. 하지만 아직 부모의 이혼으로 변한 일상을 나름의 방법으로 극복해 나가는 중이었던 두리는 그런 엄마에게 화가났다. 자신의 엄마인데 왜 다른 사람만 신경쓰고 정작 딸인 자신의 마음은 이해해주지 않는지 속상하고 불편한 마음만 들 뿐이었다. 솔직히 읽는내내 두리의 엄마가 이해되지 않았다. 아무리 새 남자를 만났다 하더라도 딸이 우선이어야 하지 않나?! 딸이 싫다는데 자꾸 들이밀고 강요하면 누가 좋다 할까. 안그래도 부모의 이혼을 극복 중인 아이한테 좋아하는 아빠를 대신할 수도 있을 새로운 사람을 만나보라니. 내가 두리였다면 더 크게 화를 냈을 것 같다.


두리가 원하지 않은 불편한 상황은 계속 이어졌다. 엄마의 남자친구와 같이 식사를 하고, 그의 딸 연두는 두리의 반으로 전학까지 왔다. 두리는 그 아이를 신경 쓰고 싶지 않았지만, 상황은 이상하게 흘러갔다. 두리의 친구들이 못된 마음을 가지고 연두를 괴롭혔던 것. 이 부분에서 정말 경악했다. 요즘 아이들 진짜 이럴까?! 그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단순한 이유로 한 아이의 인생을 망치려 들다니. 이건 그 어떤 변명도 통할 수 없는 명백한 범죄다. 학폭 가해자들은 평생 기록이 따라다니게 만들어 불이익을 받게 하거나 무거운 벌을 받을 수 있는 법을 만들어지면 좋겠다. 그놈의 소년법도 좀 없어졌으면 좋겠다.


엄마는 왜 두리의 마음을 좀더 헤아리지 못할까. 두리보다 더 철이없고 생각이 부족한 엄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연두에게도 나름의 사연이 있다고는 하지만, 딸의 학교로 전학을 시킨 것도 모자라 같은 반에 배정, 거기에 신경을 좀 써달라니. 너무 무신경하고 이기적인 엄마 때문에 고구마를 먹은 듯한 느낌이었다. 꼭 이렇게까지 했어야 할까? 두리의 말대로 부모 각자의 선택은 존중할 수 있지만, 그 선택을 아이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무조건 아이가 받아들일거란 가정은 하지 않는게 맞다. 부모의 이혼을 이해했다 해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 다시 가정을 만드는 일은 완전 다른 문제가 아닌가. 참 여러 생각이 교차하게 만들었던 이야기다. 아이를 우선으로 생각하지 않을거라면, 가족계획단계에서부터 신중에 신중을 기했으면 좋겠다. 묵직한 울림을 남겼던 이야기. 이야기 자체는 가독성이 좋아 술술 넘어갔지만, 무거워진 마음은 한참동안 가벼워지지 못했다. 생각거리를 잔뜩 던져주었던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