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수상한 한의원
배명은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1월
평점 :

아이들까지 다 재운 늦은밤이 되어서야 비로소 읽을 수 있었던 이 책. 마지막장을 넘길 때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그만큼 가독성이 좋고, 재미있었으며 매력있는 이야기였다. 이 책은 출간 소식과 함께 뜬 표지를 보자마자 다른건 살펴보지도 않고 먼저 찜했더랬다. 표지가 워낙 인상깊은데다 재미있을거라는 느낌을 마구 뿜어냈기 때문이다. 그리고나서 뒤늦게 확인한 시놉시스는 이 책을 더 궁금하게 만들었다. 귀신이 찾아오는 한의원이라니, 대체 어떤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지 온갖 상상의 나래가 펼쳐졌다. 단순하게 가장 처음에 떠오른 생각은 '한의원이 배경이니 귀신을 치료해주는걸까?'였다. 이야기를 읽어보니 치료가 맞긴 맞았는데, 내가 생각하는 치료가 아니었다는게 함정이랄까?


책이 왔을 때 같이 동봉되어 있던 카드. 꽤 마음에 든다. 다른 책들도 이런 비슷한 카드로 기록을 하고 모아두면 꽤 괜찮은 나만의 독서기록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따로 독서 노트나 수첩을 만들어도 되지만, 이상하게 그렇게 만든 노트나 수첩은 잘 안봐지고 안 써진다. 작심삼일처럼 쓰다 말게 된다랄까? 꾸준하게 기록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방법은 없겠지만, 나처럼 꾸준하진 못하고 때때로 기록은 하고 싶지만 간단하게 남기고 싶다면 이런 카드가 대안이 되지 싶다. 그래서 혹시나 싶어 검색을 해봤지만, 있을리가.... 없었다. 하핫..;; 누가 좀 만들어서 팔아주면 좋겠다.


주인공 '승범'. 은근 츤데레 스타일. 나고 자란 환경이 그를 독하게 만들었다. 그가 가진 실력과 무관하게 세상은 '돈과 인맥' 그리고 '뒷배경'으로 돌아갔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할머니 손에서 자랐던 승범이 아무리 발버둥 처도 넘어설 수 없는 선은 언제나 존재했다. 그래서였다. 돈과 출세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된 것은. 돈 때문에 헤어진 부모님으로 인해 행복한 유년시절이 없었던 그가 유일하게 행복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수단이 '돈과 출세'였으니 남들에겐 잘못된 방향일지라도 그에겐 옳은 방향이었던거다. 어른들의 잘못이 한 아이의 인생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처음엔 '무슨 주인공이 이렇게 싸가지도 없고 인성도 별로람?!' 했었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니 절로 이해가 되서 되려 안타깝고 안쓰럽게 여겨졌던 인물이다.
뇌물로 인맥을 쌓고 기어코 유명 한방병원인 '제일한방병원'이었지만, 뇌물을 주고도 뒷배경과 돈 때문에 부원장 자리를 빼앗긴 것도 모자라 해고를 당한 승범은 한도까지 대출을 받아 시골 마을 '우화'에 번듯한 한의원을 차렸다. 5년을 함께 일한 일당백 간호사 '정미'와 정미의 꼬드김에 넘어온 유능한 남자 간호조무사 '택영'을 데리고 마을 노인들의 돈을 긁어보아 다시 화려하게 '인 서울' 하겠다는 희망에 부풀어서 말이다. 하지만, 시작부터 꼬여버렸다. 바로 건너편 한약방 고선생과 한바탕 한 탓에 금새 안좋은 소문이 퍼졌던 것이다. 손님 하나 없이 몇날 몇일을 보내다 지역 유지에게 뇌물을 주기도 하지만 시원치 않차 손님이 끊이지 않는 고선생 한약방을 염탐하기로 한다. 영업을 마친 저녁시간, 찾아간 한약방에서 고선생이 맞이하고 있던 손님은..?!
기절했다 깨어나 도망친 이후에도 돈을 벌지 못하는 현실이 더 무서웠던 승범은 다시 고선생 한약방을 염탐했고, 드디어 비밀을 알아낸다. 물론 처음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자신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계속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는 없으니, 결국 고선생의 비밀 진료에 발을 들이고 만다. 승범의 계획은 성공일까?! 다행히 점차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 흐뭇함을 안겨주었던 '승범'도 나쁘지 않았으나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공실' 할머니다. 제일 많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할머니의 기구한 삶과 죽음이 경악과 처참함 그 자체였던 탓인지 '수상한 한의원' 하면 '공실 할머니'가 절로 떠오른다. 다 읽고나니 영화나 드라마로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음 이야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더 많은 이야기로 만나고 싶은 이야기랄까?! 재미와 감동, 독특함과 힐링을 잘 버무린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면 꼭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후회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