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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성 문화, 사색 - 인간의 본능은 어떻게 세상을 움직였나
강영운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4년 1월
평점 :

호기심 돋게 만드는 제목을 보고 선택했던 책이다. 책이 도착하자마자 몇장 읽어보고 너무 재미있어서 빨리 읽어야지 했지만, 먼저 읽어야 했던 책들 때문에 순서가 조금 밀려버렸다. 그리고 마침내 집어든 이 책, 앉은 자리에서 다 읽고서야 일어날 수 있었다. 아이들 다 재운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 피곤한 줄도 모르고 재미있게 읽었다. '성'이라는 분야를 역사와 엮어 이렇게 고급진 이야기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예로부터 성과 관련된 문제에선 보수적인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신문의 연재 코너에 이런 이야기가 게시되었다는게 약간 충격이면서도 시대의 흐름에 맞춘 긍정적인 변화구나 싶어 놀랐다. 평소 네이버로 전체 신문의 주요 뉴스를 훑어보지, 한 신문사의 기사를 꼼꼼히 보는 편이 아니라 연재 칼럼이나 각 신문사마다 따로 있는 코너는 알지 못한다. 그래서 책을 읽고 궁금한 마음에 해당 신문사를 찾아 들어가서 저자의 이름으로 기사를 검색해보니 게시되어 있는 '사색'의 글들을 볼 수 있었다. 책에는 실리지 않은 최신 글을 보니 아직 연재 중인 듯하다. 한번씩 들어가서 읽어봐야겠다.


첫 글부터 정말 충격이었다. 한번도 그리스 석상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본 일이 없었으니 말이다. 석상의 그 부위를 자세히 본 일도, 볼 일도 없었지만 그냥 아무생각없이 석상이구나 하고만 봤던터라 이런 사연이 숨어있을 거라고는 예상도 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신기했다. 석상을 보고 성기의 크기에 의문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 그리고 우리나라 고려 시대에도 불교 문화 탓에 성기를 작게 표현해 존경을 표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사원과 매춘에 얽힌 이야기는 다른 책에서 본 적이 있다. 버젓이 교회에서 성매매가 이뤄지고, 그 수익은 교회가 차지한다는게 교회의 이중적인 면을 보는 것 같아 소름끼쳤던 기억이 난다. 성매매를 절대 해서는 안되는 행위로 지정해놓고, 필요악이라는 이유로 유녀들을 관리했던 수녀와 신부들. 사실 돈 때문이었으면서 말이다. 그래놓고 유녀들이 사망하면 장례미사도 거절(장례미사를 받지 못한다는 것은 '지옥에나 떨어져라'라는 저주다 다름없었던 시대)한채 나몰라라 했다니 종교인들은 죄다 이중인격자들만 있었던건가 싶었다.

진심 경악했다.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요'의 대명사 콘플레이크의 탄생이 자위를 막기 위해 개발된 것이었다니. 콘플레이크와 쌍벽을 이루는 포스트는 콘플레이크의 아이디어를 훔쳐 탄생한 것이라는 것도 충격이었다. 콘플레이크를 자주 먹는 편이라, 앞으로는 먹을 때마다 이 이야기를 떠올릴 것 같아서 약간 웃음이 나왔다.

이 글을 보자마자 불과 몇일 전에 유튜브에서 본 이혼전문변호사가 맡았었다는 한 부부의 사연이 생각났다. 남편이 자신의 아내가 다른 남자에게 사랑 받는 것에 흥분을 느껴서 아내는 신랑의 허락하에 대놓고 다른 남자들과 즐겼다는 얘기였는데, 정말이지 딱 이 이야기와 닮지 않았는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그럴거면 결혼은 왜 하고, 아이는 왜 낳는단 말인가. 누구의 아이인줄 알고..; 뭐 남의 자식이라도 남편은 할말이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나중에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주려고 이러는건가 싶어서 끔찍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에마의 경우도 남편도 애인도 모두 사망하니 끈 떨어진 신세가 되어버리지 않았나. 이렇게까지 세상에 알려질만큼 옛 시대에 대놓고 삼각관계를 이어갔다는 사실에 경악했던 에피소드였다.
자위, 나체, 동성애, 성매매, 포르노, 불륜 등등. 시대를 막론하고 성과 관련된 사건 사고는 언제나 꾸준하게 있는 것 같다.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논란이 되는 문제들이니 옛 시절에는 오죽했을까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예전이 더 개방적이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놀랍고 경악스럽고 신기하고 흥미롭고 재미있었던 역사 이야기다. 어느 역사 서적에서도 쉽게 만날 수 없는 이야기이니만큼 한번쯤 읽어보라 권하고 싶은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