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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린 게임과 개발자들 ㅣ NEON SIGN 6
김쿠만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1월
평점 :

컴퓨터 게임은 거의 해보지 않은 내가 이 게임 관련 소설을 집어든 까닭은 게임 개발실에 나타난 귀신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다. 게임을 그닥 좋아하지 않다보니 게임에 대해선 아는게 없지만, 이 소설 컨셉이 게임+무당+현실 등판 귀신의 조합이라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소설의 배경은 2033년, 지금보다 9년 후의 미래다. 한 소설가 지망생이 게임회사에 입사를 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소설을 쓰다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여기저기 입사 지원서를 제출했다가 덜컥 중견 게임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된 대호. 곧바로 출시까지 1년도 안 남긴 <Project G>라는 가상현실 게임 제작에 투입된다. <Project G>는 주인공이 무당이고, 오픈월드(가상세계를 자유롭게 이동하며 탐험할 수 있는 게임 유형)를 돌아다니며 온갖 귀신을 때려잡는 VR 게임이다. 소설을 쓰다가 게임 회사에 온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대체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온갖 귀신들의 설정을 짜는 거였다. 그렇게 하나하나 귀신들을 만들어내고 있던 중, 3D 프린터로 만들어낸 사무라이 귀신 캐릭터에 설정을 업로드한 후 일주일 정도 동거동락 하게 된다. 아니, 이런 식으로 캐릭터를 만들어 낸다고?!
점점 현실과 가상세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가 싶더니, 진짜 귀신까지 등판한다. 그덕에 무당을 불러 500만원짜리 부적을 쓰고 2천만원짜리 굿판도 벌였다. 심지어 다른 게임 회사 캐릭터가 어찌어찌 이 회사 개발실까지 넘어와 청소부 여사님에게 걸려 두들겨 맞기도 한다. 이 게임.. 정말 괜찮은 거야?! 이게 대체 뭔 일인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계속 읽었던 것 같다. 다 읽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가상현실 속 게임판이나 우리 현실이나 잘 짜여진 설정 속에 전투적으로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참 많이 닮았다. 어쩌면 우리 모두 호러 게임 속 덜 각성한 캐릭터인지도 모르겠다. 언제 귀신, 괴물 같은 모습으로 변신할지 모르는 채로 길을 배회하고 있는 건 아닌지 누가 알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