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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굴의 눈 ㅣ NEON SIGN 5
조선희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1월
평점 :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을 바꾸고, 복수를 할 수 있으며, 미래를 보거나 바꿀 수 있고, 방어도 할 수 있는 어플이 있다면 사용하겠는가? 이 모든게 정말 가능하다면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어플이다. 하지만 그래서 사용하면 안되는 어플이기도 하다. 사용하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도 누군가로부터 공격을 받게 되면 사용하지 않을 수 없고, 복수가 복수를 낳듯 끊임없이 서로를 경계하고 스스로를 보호하며 봐버린 탓에 정해져버린 미래를 걱정해야하니 실로 삶을 더 엉망으로 만드는 어플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용하고자 하는 이들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미래를 보고 바꿀 수 있으니까. 이 소설을 읽으면서 또 한번 AI의 발전이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 이미 구글에서 개발한 AI 람다가 사람과 같은 감정을 느끼며,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고, 기쁨, 사랑, 슬픔, 우울, 만족, 분노 등의 감정을 느낀다고 말했다고 하니 <부굴의 눈>과 같은 어플이 만들어진다해도 이상할게 없지 않은가. 여러모로 AI 개발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12살이 되던 해부터 남들은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듣게 된 가진과 유전이라도 된 듯 소리를 듣는 그녀의 딸 해른. 해른과 달리 가진은 잡음과도 같은 소리 때문에 밤새 시달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 해른은 그런 엄마를 위해 부굴의 눈을 통해 회복 주구를 사용해보려 하지만, 눈앞에서 누군가에게 주구를 강탈 당하고 만다. 새엄마와의 불륜으로 엄마와 이혼한 아빠와 함께 살면서 의대 진학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는 승휘와 12살에 청력을 잃고 간호사와 바람을 핀 남편과 이혼하면서 아들도 빼앗긴 채 승려가 되어 사찰 요리 연구가 미송 스님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승휘의 엄마 재복. 승휘는 아빠에 대한 반항심으로 대학 합격 여부를 알기 위해 부굴의 눈을 통해 여러 차례 미래를 보지만, 원하는 미래를 보지 못했다. 그래서 무조건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침범 항목을 선택한다.
해른의 친구들인 다흔, 두형, 환의. 재복의 엄마 영림, 가진의 엄마이자 영림의 단짝 친구인 세연. 모두 '부굴의 눈'의 피해자들이라 할 수 있는 인물들이다. 사용하고 싶지 않아도 사용할 수밖에 없는 '부굴의 눈' 때문에 항상 경계하고 조심해야 하는 삶을 살아야 했으니 피해자가 아닌 사람이 있기는 할까? 재복과 세연처럼 '부굴의 눈'으로 인해 인생이 뒤틀려버린 부모 세대로 인해 자식들까지 '부굴의 눈'에 의해 이용 당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음을 어느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부굴의 눈'은 내 인생을 위한다는 이기적인 마음들이 빚어낸 최악의 결과들을 사회 전체에 뿌려지게 만든 최악의 발명인 셈이다. '부굴의 눈'의 최종 목적, 소름이 돋을 수밖에 없었다. AI와의 전쟁이라는 일은 영화, 소설 속에서만 등장하는 이야기길 바란다.